미(美)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국산 무기를 북한 등 적국에 판매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보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VOA는 미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탈레반으로부터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 뒤 재판매 하거나 분해해 다른 무기 제조에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26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프간에서 미군의 블랙호크기를 탈레반이 시운전을 하는 영상이 등장했다.탈레반이 카블을 점령한 이후 이들의 수중에 들어온 헬기가 블랙호크를 포함해 1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트위터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소속 제임스 코머 공화당 간사와 같은 위원회 산하 국가안보 소위원회의 글렌 그로스맨 공화당 간사는 지난 23일 오스틴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탈레반은 상당량의 미국산 무기로 무장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탈레반이 확보해 운영하고 있는 무기 시스템과 그 규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탈레반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미국산 무기를 사용하거나 중국·러시아·이란·북한과 같은 적국들에 미국산 무기를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26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프간에서 미군의 블랙호크기을 탈레반이 시운전을 하는 영상이 등장했다.탈레반이 카블을 점령한 이후 이들의 수중에 들어온 헬기가 블랙호크를 포함해 1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트위터

앞서 백악관은 지난 20년간 미국이 아프간에 지원했던 100조원 상당의 군사 자산이 탈레반 손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었다. 그간 미군은 아프간 정부군에 M16·M4 카빈 등 소총과 탄환은 물론 야간 투시경, 군용 차량, UH-60 블랙호크 헬기 등 첨단 장비를 지원해왔는데 이 무기들이 모두 탈레반에 넘어간 것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자금 창출 목적으로 탈레반으로부터 미국산 무기를 구입해 테러리스트에게 재판매하거나 해외에서 다른 무기들을 사들여 탈레반에 판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기 밀매 조직을 거쳐 탈레반이 확보한 미국산 무기 구매를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탈레반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첨단 무기로 무장한 부대의 모습을 선전하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탈레반이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우수한 장비와 부대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관련 사진과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산 UH-60 블랙호크로 추정되는 헬기가 제대로 이륙하지 못하고 바닥 인근에서 움직이는 1분짜리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는데, 탈레반이 시험 비행을 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