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무부는 13일(현지 시각) 그리스가 터키 프로 축구팀 선수들에게 과도한 코로나 검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앙카라 주재 그리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전날 터키 프로 축구팀인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은 그리스팀 ‘올림피아코스’와의 친선 경기를 위해 아테네 공항에 내렸다가 코로나 검사를 요구받았다. 터키 선수단은 입국 당시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그리스 측에서 ‘터키의 검사를 못 믿겠다’며 추가로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받으라고 한 것이었다. 터키 선수단은 이에 반발해 경기를 취소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지중해의 앙숙'으로 불리는 양국 간에 또 한 번 긴장이 고조된 사건이었다.
터키와 그리스 양국은 최근까지도 막대한 해저 원유·천연가스 때문에 대립해왔다. 동지중해에 묻힌 17억배럴의 석유와 3조4000억㎥의 천연가스를 놓고 다투는 것이다. 터키의 전신 오스만제국이 500년 가까이 그리스를 지배했다가 1차 대전에서의 패배로 양국 사이 바다 대부분이 그리스 영해가 됐다는 점도 양국 간 뿌리 깊은 적대 의식의 한 원인이다. 양국의 갈등은 섬나라 키프로스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1974년 키프로스에서 친(親)그리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자 터키가 자국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 개입하며 나라가 쪼개졌고, 1983년 전체 영토의 37%가 친터키 성향의 ‘북키프로스(미승인국)’로 독립 선언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터키가 독일이 설계한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터키와 그리스 간 해군력 균형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터키는 지난 3월 이즈미트만에 위치한 골쿡 조선사에서 첫 번째 라이스급 잠수함, ‘피리 라이스(Piri Reis)’를 진수(進水)했다. 피리 라이스는 16세기 터키 해군 제독 이름을 딴 것이다. 터키 정부는 2027년까지 6척의 라이스급 잠수함을 만들기로 했다. 이는 모두 독일이 설계한 것으로, 독일제 214급 잠수함과 비슷하다.
터키가 도입한 잠수함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며 그리스 해군을 위협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수소연료전지의 수소와 저장된 액체 산소가 결합할 때 나오는 전기로 자체 동력을 얻는다. 이 때문에 최대 잠항 기간은 3주 가까이 돼, 전통적인 디젤 잠수함 잠항 기간(2~3일)의 5~7배나 된다. 엠마누엘 카라지아니스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이 잠수함은 그리스의 대잠전(對潛戰) 능력을 크게 무력화할 수 있다”며 “양국 간 해군력 균형을 재편할 것”이라고 했다.
터키의 해군력 증강은 그리스에는 재앙과도 같지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전체의 입장에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러시아가 서유럽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와중에 최전방에서 이를 견제해줄 국가가 바로 나토 회원국인 터키이다. 이 때문에 나토는 터키와 그리스 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다. 나토는 올 들어 터키와 그리스 간 회담을 6차례 중재하고, 위기 시 양국이 활용할 군사 핫라인 개설을 주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