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P 연합뉴스

호주 연방 정부가 21일(현지 시각) 빅토리아 주정부가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협정을 파기했다. 이는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에 참여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이날 빅토리아 주정부가 지난 2018년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협정이 호주의 외교 정책에 위배되고 호주의 국익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양자 간의 업무협약(MOU)을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MOU는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빅토리아주에 투자하고 빅토리아주 기업들이 중국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전했다. 빅토리아주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다.

호주 연방 정부가 자국 지역 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 연방 의회는 지난해 12월 호주 8개주, 지방정부, 대학 등이 해외 정부와 서명한 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호주 언론들은 이 법이 빅토리아주와 중국 정부 간의 일대일로 협정을 파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법안 발의 당시 “외국 정부가 지방 정부와의 협정을 통해 호주의 주권을 약화시키려는 경우, 호주는 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호주와 중국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협정 등으로 호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영향력을 강화해왔는데, 호주에서는 중국이 호주 정·관계에 침투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미권 5개국의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속하는 호주는 쿼드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함께 군사훈련을 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5G인프라에서 배제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호주는 지난해 4월 코로나 발원 규명을 위해 중립적인 국제 조사를 실시하자고 했다가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은 이에 호주산 쇠고기 수입에 규제를 가하고 호주산 와인 등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보복을 가했고, 호주 유학 및 여행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호주 군인이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에 칼을 들이민 합성 사진을 올리면서 외교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양국 모두 상대국의 첩보활동으로 피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서로를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