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돼 운하 통행을 막았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떠올라 정상 항로에 복귀하면서 사고 원인과 책임, 보상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마하브 마미시 이집트 대통령 항만개발·수에즈운하 담당 보좌관은 29일(현지 시각)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인터뷰에서 “이번에 벌어진 일의 책임은 (에버기븐호) 선장에게 있다”며 “사고에 대한 보상과 예인선 사용료 등 모든 비용을 선주에게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도 27일 “기술적인 원인이나 사람의 실수로 인해 에버기븐호가 좌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사고 직후엔 에버기븐호 선원들을 중심으로 강풍과 먼지 폭풍 등 기상 상황이 원인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집트 당국은 ‘인재(人災)’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에버기븐호 선장과 당시 탑승했던 도선사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에버기븐호는 대만 해운업체 에버그린이 장기 용선하는 일본 쇼에이기센 소유의 선박이다. 인적·기술적 결함 등 과실이 인정될 경우 책임은 소유주인 쇼에이기센 측이 지게 될 전망이다. 사고 당시 이집트인 도선사 2명이 탑승했지만, 도선사는 직접 항해를 하는 게 아니라 선장에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이들이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이집트 당국은 쇼에이기센 측에 이번 사고로 손해를 본 통행료 수입과 에버기븐호 예인 비용 등을 청구할 전망이다.
SCA는 이번 사고로 이집트가 본 하루 손실이 1400만달러(약 158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좌초부터 운하 양쪽에 밀려있던 선박들의 정체 해소 때까지 총 1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집트의 손실은 모두 1억4000만달러(158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번 사고로 운항이 중단됐던 다른 선박회사나 선박에 실린 화물 소유주들이 쇼에이기센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이 사고로 인한 무역 손실을 하루 약 60억~100억달러로 추산했다. 글로벌 보험중개사 마쉬의 마커스 베이커 글로벌 해양·화물 담당 대표는 사고 배상 문제에 대해 “현 단계에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면서 “당분간 (사고 당시)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