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노출시켜 바이러스 전염 과정 등을 연구하는 인체 실험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다.

지난해 8월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 백신 임상실험을 위해 주사를 맞고 있는 자원 봉사자의 모습. /AP 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이날 성명에서 한 달 내에 인간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 ‘휴먼 챌린지’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에 대한 신체 면역 반응, 코로나로 인한 질병 발생 과정 등을 연구하는 것이 실험 목표다.

영국 정부는 실험에 참여할 지원자로서 만 18세~30세의 신체 건강한 성인 남녀 90명을 모집하고 있다. 지원자들은 실험 전에 건강상태를 확인 받기 위해 런던왕립병원에서 최소 14일간 격리된다. 이를 통과하면 이들은 코로나 감염을 일으키는 데 최소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되며, 이에 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사태 초기에 유포된 바이러스(SARS-CoV-2)가 실험에 사용된다. 의료진들은 실험 기간 동안 24시간 내내 지원자들의 상태를 관찰한다.

실험에 참가한 지원자들은 최소 14일 뒤부터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에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원자들은 실험 기간 동안 하루 약 88파운드(13만5000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추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험 이후 1년 동안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또 의도적으로 코로나에 감염된 지원자들에겐 임상시험을 거친 코로나 백신을 투여해 가장 효과적인 백신을 가려낼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수십년간 말라리아, 독감, 장티푸스, 콜레라 등 다른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실험이 시행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피터 오픈쇼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실험의학 교수는 “지원자들의 안전이 절대적인 우선 순위”라며 “지원자들의 안전에 위험이 따를 경우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크리스 치우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수석연구원은 “이번 실험 목표는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방법, 바이러스가 인간 사이에 어떻게 전염되는지 등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어떤 백신과 치료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