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에서 ‘풋옵션’에 투자한 이용자가 앱 화면에 나온 수치를 그대로 읽고 자신이 약 8억원의 손해를 본 것이라고 오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사람은 금융 정보가 부족한 20세 청년으로, 전세계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풀린 자금이 무분별하게 주식 시장에 몰리면서 나타난 현 사회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현지 시각) 포브스지, 미 CBS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앨릭스 컨스(당시 20세)의 유가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법원에 로빈후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은 로빈후드가 컨스에게 수억원대 손실을 본 것처럼 오해하도록 앱 화면을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컨스는 로빈후드 앱을 통해 풋옵션 거래를 했다. 풋옵션은 미리 정해진 시점에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주식 등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컨대 현재 100만원짜리 주식을 석달 뒤 90만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10만원에 사는 식이다. 석달 뒤 주가가 50만원이 되면 풋옵션을 행사해 40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120만원이 됐다면 풋옵션 행사를 포기하고 옵션 가격 10만원을 날리게 된다.
지난해 6월 자신의 로빈후드 계정 앱 화면에서 컨스는 ‘현금 잔고 -(마이너스) 73만 달러(약 8억 1511만원)’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이는 선물과 현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시간차에 따른 수치로 컨스는 자신의 풋옵션을 행사해 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팔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덜컥 겁이 난 컨스는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고 ‘응답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자동응답 답장을 받았다. 이후 2번 더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장이 오지 않았다. 결국 컨스는 이튿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컨스는 극단적 선택 전 남긴 메모에서 “어떻게 소득도 없는 스무 살 청년이 이만큼의 레버리지(빚을 활용한 투자)를 일으킬 수 있느냐”며 “이렇게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의도는 없었고 내가 가진 돈만큼의 위험만 감수하리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유가족 변호사는 “실제로 빚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73만달러를 빚진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며 “누구라도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로빈후드 앱 계좌를 개설할 당시 컨스는 20세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로빈후드는 그가 복잡한 옵션 거래의 세계에 들어갈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해 계좌를 승인했다”고 했다. 유가족은 재발 방지를 위해 로빈후드에 적극적 조치를 요구했다.
규제 당국은 주식거래 중개 앱이 사용자의 금융 상품 거래 능력을 점검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루빈후드 앱 사용자가 로빈후드를 통해 옵션 거래를 하려면 앱이 묻는 몇 가지 질문을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이중 투자 경험 항목에서 ‘없음’ 대신 ‘별로 없음’을 선택하면 앱 이용이 승인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