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에 따라 세대교체를 실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일 관계에 정통한 도쿄의 소식통은 8일 “지난해 하반기 조총련이 와병 중인 허종만 중앙상임위원회 의장을 이을 후계자로 60대의 박구호 부의장을 발탁해, 부활된 제1부의장에 임명했다”며 “올해 허종만 체제가 끝나고 내부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80대 후반의 허 의장은 최근 지병이 악화해 병원을 자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신임하는 70대의 배익주 부의장이 후임이 되기를 바라지만, 김정은의 뜻에 따라 60대인 박구호 부의장이 다른 선배 간부들을 제치고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에서 활동하다가 전향한 박두진 코리아국제연구소 소장은 “조총련 의장 교체는 북한 정권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김정은이 비교적 자신의 지시가 잘 통하는 인물로 세대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구호는 조총련이 운영하는 일본 조선대학 출신이다. 젊은 시절부터 조총련에서 일한 그는 북한을 자주 왕래하며 북한 정권의 신임을 받았다. 일본의 대북 제재가 시작되기 전에는 그의 작은 아버지와 형이 북한과 무역을 하며 조총련 내에서 기반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구호는 2012년 도쿄의 주일한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조총련의 반한(反韓) 시위를 실질적으로 조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 회원 약 100명은 당시 “민족의 최고 존엄을 모독한 만고역적 리명박(이명박) 패당을 당장 쓸어버리자”는 시위를 벌였다. 조총련은 일본의 대북 제재 이후 영향력이 줄었으나 일본 전역에서 조선학교 64개를 운영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총련이 미국의 대통령 교체, 도쿄 올림픽 개최 등에 맞춰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