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CCTV의 설 특집 쇼 ‘인터넷 춘제완후이(網絡春節晩會)’에 ‘얼굴 천재(잘생긴 사람을 뜻하는 말)’로 유명해진 티베트족 청년 딩전(丁眞·21)이 출연한다. 중국에서 춘제완후이는 ‘전국민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엄선한 연예인만 등장한다. 이런 국가 주도 행사에 연예인이 아닌 소수민족 청년이 섭외된 것은 이례적이다.
CCTV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은 “오는 4일 개최하는 인터넷 춘제완후이에 딩전이 등장한다”고 밝혔다. 딩전과 함께 공개된 20여명의 출연진은 대부분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활동한 가수들이었다.
딩전은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어 유명해졌다. 한 촬영 기자가 그의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는데 중국인들이 딩전의 풋풋한 외모와 순수한 미소에 열광한 것이다. 웨이보에서 딩전에 관한 누적 검색 횟수는 두달 여 만에 60억회를 넘겼고,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 ‘리탕딩전(理塘丁眞)’의 팔로워 수는 개설 열흘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그가 사는 쓰촨성 간쯔 지역에는 한때 그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몰려 교통량과 호텔 예약이 두배로 늘었다.
특이한 점은 딩전의 등장에 중국 정부도 환호했다는 것이다. 딩전은 지난해 중국 국유기업인 리탕문화여행회사와 계약해 쓰촨성 리탕현 여행 홍보대사가 됐다. 홍보대사는 월 3500위안(약 59만원)의 월급을 받는 공무원직이다. 중국 CCTV는 논평에서 이에 대해 “시의적절한 기업의 채용으로 딩전의 순진한 웃음 뒤에 있는 고향의 아름다움을 보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29일 트위터에 ‘밝은, 화창한,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닌 새로운 소셜미디어 스타’라며 딩전을 해외에 소개했다. 딩전이 거주하는 쓰촨성 지방정부 간부들은 “제2의 딩전을 발굴하자”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며 그를 지역의 마스코트라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12월 딩전이 미성년자 시절 흡연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을 때도 중국 각계각층에서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딩전을 띄워주는 이유는 그가 인권 탄압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티베트족 출신이면서도 ‘순수 청년'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딩전은 정치나 종교를 일체 언급하지 않는데다, 그가 살고 있는 지역 또한 티베트족들이 주로 모여 사는 시짱(티베트)이 아닌 쓰촨성이다. 중국 정부가 딩전을 선전수단 삼아 “오늘날 중국의 티베트족은 딩전처럼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