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 업체들이 미 의회 의사당 난입·폭력 시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극우 인사들의 계정을 잇따라 정지시키자 이들은 주요 대화 창구로 이용하기 위해 시그널(Signal)·텔레그램(Telegram) 등 암호화 메신저를 대거 이동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조선DB

지난 1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수천만 명의 사용자가 모바일 앱 암호화 메신저 시그널과 텔레그램을 설치하면서 두 앱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이 됐다. 시그널은 대화 내용을 암호화해 발신자와 수신자에게만 메시지를 보여주고,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정보를 통해 주로 단체 대화방 용도로 사용된다. 시그널은 지난 10일 하루에만 130만 명이 앱을 설치했고 텔레그램은 이번주 초 사흘간 앱을 설치한 2500만 명 늘어 총 이용자가 5억명 이상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인사들도 줄줄이 주요 소셜미디어를 변경했다.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창립자인 개빈 매킨스는 지난 10일 텔레그램 사용을 선언했고 그의 텔레그램 계정 팔로워는 4시간 만에 4000명을 넘어섰다.

텔레그램과 시그널의 사용량 증가는 이용자들이 디지털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대화가 암호화되면서 수사 당국이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미국 당국은 극우 성향 지지자들이 암호화 앱을 통해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폭력 시위를 계획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이를 추적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주요 소셜미디어로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6일 미 의회 의사당에서 벌어진 폭력 난입 시위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유튜브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계정을 정지시켰다.

이후 이들은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찾아 대이동했고 그렇게 찾은 게 팔러(Parler)다. 팔러는 프라우드 보이스 등 극우단체와 백인 우월주의자 등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였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급부상한 것이다. 지난 2018년 설립된 팔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 보수 인사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부 팔러 게시물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 등으로 구글과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팔러 다운로드를 차단했고, 아마존은 웹호스팅 서비스까지 중단하면서 팔러는 사실상 퇴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