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은 런던 도심 도로 인근에 살던 아홉살 소녀가 천식 발작을 앓다가 사망한 데 대해,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과의 관련성’을 7년 만에 처음으로 인정했다.

천식 발작을 시작한 뒤 지난 2013년 2월 15일 사망한 엘라 키시-데브라(당시 9세)의 모습. /BBC

16일(현지 시각) AP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법원은 천식 발작을 시작한 뒤 지난 2013년 2월 15일 사망한 엘라 키시-데브라(당시 9세)의 사망 원인에 자동차 매연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관련됐다고 인정했다. BBC는 “엘라는 사망 원인으로 대기오염이 적시된 영국 최초의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법의학 전문가인 필립 발로우 검시관은 2주간의 재판에서 “엘라는 과도한 대기오염 영향으로 인한 천식으로 사망했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발로우 검시관은 엘라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연합(EU)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노출됐으며, 이는 대부분 엘라의 집 주변에서 발생한 자동차 매연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엘라의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급성 호흡부전, 심각한 천식, 대기오염 노출 등이라고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전에 엘라는 영국 런던 남동부 루이셤(Lewisham)의 남쪽순환도로(South Circular Road)에서 약 25m 떨어진 집에 거주했다. 엘라는 어렸을 때 체조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사망하기 3년 전인 2010년 천식 발작을 한 차례 겪은 뒤 병원에 27번 입원했다. 엘라는 호흡기 질환으로 장애인 판정을 받기도 했다.

엘라의 어머니인 로저먼드 키시-데브라 /BBC

엘라의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는 지난 2014년 처음 이뤄졌으나 당시에 대기오염 등 환경 요인에 대한 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엘라의 어머니인 로저먼드 키시-데브라는 엘라의 이름으로 천식 아동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면서 엘라의 사망 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로저먼드는 “엘라가 사망할 무렵 집 주변 대기오염 수치가 크게 치솟았다고 알려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집 주변 도로의 공기 중 이산화질소(NO2) 수치는 2006∼2010년에 법정 최대치인 연 40㎍/㎥를 계속 초과했다. 이는 WHO, EU의 지침을 초과하는 높은 수치였다. 엘라가 집을 나와 학교로 갈 때 아무도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경고하지 않았다고 로저먼드는 말했다.

스티븐 홀게이트 교수는 엘라의 의료기록을 분석해 그녀의 사망 원인에 대기오염이 관련됐으며 주거환경이 달랐다면 엘라가 사망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썼다. 홀게이트 교수는 엘라가 다른 천식 환자와 달리 겨울철 대기오염이 심해질 때 발작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자료 등을 토대로 법원에선 지난 2주간 영국 정부, 런던시 등을 상대로 대기오염 위험성 공지 여부와 엘라의 집 인근 대기오염 수치를 낮추기 위한 조치 실행 여부 등을 물었다. 로저먼드는 “법원은 딸 엘라를 위해 정의로운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이 도시의 대기오염 속을 걸어다니고 있다”고 했다. BBC는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엘라 키시-데브라가 생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BBC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이번 결정을 인정하면서 런던 시내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과 같은 정책을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로저먼드를 ‘영웅’이라고 칭하는 편지를 보냈다. 영국에선 매년 2만8000~3만 6000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