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샤키르의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29일(현지 시각) 열린 F1 바레인 그랑프리 중 일어난 사고. 차가 두 동강이 났다. /F1제공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대회에서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선수는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대형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드라이버는 예선 19위를 기록한 프랑스, 스위스 이중 국적 드라이버 로맹 그로장(34·프랑스·하스-페라리)이다.

29일(현지 시각) 바레인 샤키르에서 열린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 원(F1) 바레인 그랑프리 중 첫 구간을 달리다 다른 경주차와 접촉한 뒤 방호벽으로 돌진해 화염에 휩싸인 로맹 그로장의 경주차. 그로장은 현장 구조대가 소화기로 진화하는 동안 스스로 탈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AFP 연합뉴스

그로장은 첫번째 직선 구간에 진입한 뒤 속도를 끌어올려 앞차를 추월하다 중심을 잃었다. 시속 220㎞로 달리던 그의 머신은 서킷의 오른쪽 방호벽에 그대로 처박혔고, 커다란 화염과 함께 두 동강이 났다.

폭발 뒤 경주차를 휘감은 거대한 화염을 뚫고 걸어나오는 포뮬러원 선수 로맹 그로장. /F1 제공

그로장은 30여 초 동안 화염 속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다 스스로 탈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구조대가 달려와 화염을 소화기로 진화하는 동안 그는 날쌘 몸놀림으로 머신에서 빠져나왔다.

F1 드라이버 그로장이 화염에 휩싸인 사고 차량에서 빠져나오는 모습./F1제공

그로장이 방호벽에 충돌할 때 받은 충격은 중력가속도의 53배다. 체중 71㎏의 그는 충돌 순간 3.8t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셈이다.

구조된 그로장. 그는 2018년부터 F1 머신에 적용된 ‘헤일로’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로는 운전석을 보호하는 장치다. /AFP 연합뉴스

외신들은 그로장의 생존을 두고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와 함께 경주를 펼쳤던 19명의 선수들은 경기 중단 후 심각한 얼굴로 사고 수습 상황을 지켜보다 그로장이 시뻘건 화염을 뚫고 탈출에 성공하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헤일로가 무엇인지 궁금하셨죠? 운전석 위에 설치한 Y자 보호장치가 바로 헤일로. 차량이 뒤집어져도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해준다./F1제공

그로장은 머신에 달린 안전장치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이버들의 사망 사고가 잦자 F1 측은 2018년부터 ‘헤일로 머리 보호 장치(halo head-protection device)’를 머신에 의무 장착하도록 했다. 헤일로는 운전석 윗부분에 설치하는 Y자 형태의 장치로, 사고 발생 시 드라이버의 머리를 보호한다.

그로장이 30일 병실에서 올린 SNS 영상 캡처. /그로장 SNS 캡처

그로장은 30일 소셜미디어에 “F1에 헤일로를 도입한 것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헤일로가 없었다면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인사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