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 수반인 친중(親中) 성향 캐리 람 행정장관이 미 재무부 제재로 은행을 이용하지 못해 집에 현금 다발을 쌓아두고 생활하고 있다고 27일(현지 시각) 말했다.
람 장관은 이날 홍콩인터내셔널비즈니스채널(HKIBC)과 인터뷰에서 사회자에게 “당신 앞에는 은행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홍콩 SAR(특별행정구) 수반이 앉아 있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나는 매일 현금을 사용하고 있다. 집에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piles of cash at home)”면서 “정부는 내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나는 은행 계좌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그러면서도 “미국 정부에 의해 부당한 제재를 받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람 장관은 520만 홍콩달러(약 7억 41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람 장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정치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람 장관은 지난 8월엔 미국 제재로 신용카드 사용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람 장관은 중국 관영 영어방송 CGTN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여기저기서 불편함은 좀 있다”면서 “신용카드 사용도 (미국 때문에) 방해받는 것의 한 종류”라고 했다. 그는 “미국 기업과 연계된 금융회사가 어딘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 세계 신용카드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가 람 장관의 신용 카드 사용에 일정 부분 제약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8월 “홍콩의 자치를 훼손하고 홍콩 시민의 자유권을 억압하는 데 관여했다”며 홍콩과 중국 고위관리 11명을 제재했다. 지난 6월 30일 중국이 홍콩 내 반중(反中) 활동을 감시 처벌하는 홍콩 보안법을 시행한 데 따른 조치였다.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하고, 미국은 람 장관 등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제재 대상엔 홍콩 행정 수반인 람 장관,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장, 샤바오룽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 등이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특히 람 장관에 대해선 “홍콩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억압하는 중국의 정책을 실행에 옮긴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