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19일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을 추모하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퇴임 후 두 번째로 참배했다. 이날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秋季) 예대제에 맞춰 참배한 아베는 “영령을 높이 받들고 숭모하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 절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는 지난 달 퇴임한 지 사흘 만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그는 2차 집권 후인 2013년 12월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부터는 야스쿠니 신사의 봄, 가을 제사에 공물만 보내왔다. 한국, 중국 등의 반발을 감안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아베가 지난달 총리직 사임 후 두 차례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차적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일본 우익을 향한 것일 수 있다. 일본 우익은 아베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그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를 무마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계속 자신의 원군(援軍)으로 결속시키겠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할 말을 하고, 정치 지도자로서 계속 활동하겠다는 선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 정계에서 총리직에서 물러난 정치인은 한동안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아베는 이 같은 관례를 거부하고 ‘야미쇼군(闇將軍·막후 실력자)’으로 활동하겠다는 구상하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는 실제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잇따른 언론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이 언제까지나 ‘사죄 외교’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문제 의식하에 총리직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이제는 패전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외교 특사 등의 역할을 맡아 국정에 관여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지난달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을 지탱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나의 역할이) 요구된다면 여러 가지로 돕고 싶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가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와 쌓은 친밀한 관계를 살려 외교 특사(特使) 등의 형태로 협력할 의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일본 정계 일각에선 스가 총리가 중의원 해산 후에 실시하는 총선거에서 패배하거나 경제가 더 악화할 경우 아베가 재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