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도쿄 신주쿠의 한 사찰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사용된 도장들. /교도통신

행정 디지털화의 일환으로 문서에 도장을 찍을 일이 줄어들자 일본에서 버려진 도장을 위한 추도식이 열렸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도쿄 신주쿠의 한 사찰에서 버려진 도장 50개를 위한 추도식이 열렸다. 일본에서는 바늘·인형 등 오랫동안 사용해온 개인 물품들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추도식을 진행하는 관습이 있는데, 여기에 도장도 포함된 것이다.

사찰의 주지는 ‘사쿠라인터넷’ 등 3개 기업으로부터 가져온 결재용 도장들을 놓고 경전을 읽었다. 이번 추도 행사는 디지털화 전문성과 정보를 공유하는 23개 중소 IT기업들의 모임인 TDM 네트워크가 추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도장은 일본어로 ‘항코(はんこ)’라고 불리며 일본 특유의 아날로그 문화 상징으로 꼽힌다. 대부분 일본 회사에서는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작년 일본 정부 각 부처가 16억엔(약 170억원)을 들여 만든 ‘전자 계약’ 시스템을 이용해 전자로 계약한 입찰 건수는 전체 3만1000여 건 중 1%인 310여 건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에서 도장 꼭 찍어야하는 절차 종류가 1만1000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주와 도장을 별도로 준비하고 직급별로 일일이 결재 도장을 받아야 하는 문화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지속됐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감염 위험이 높은 대면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지난 19일 도쿄 신주쿠의 한 사찰에서 열린 버려진 도장들을 위한 추도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교도통신


때문에 지난달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디지털청 설립을 추진하면서 도장 대신 전자 서명 방식을 도입해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자는 ‘탈(脫)도장’ 정책을 들고 나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규제개혁 담당상은 구체적으로 “모든 행정기관의 공문서에 도장을 사용하지 말고, 업무상 도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유를 제시하라”고 했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사쿠라인터넷 관계자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계약 하나를 성사할 시킬 때마다 수백 번 사용했던 도장을 이제는 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