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총리

오는 17일 일본 도쿄의 고급 호텔에서 열리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총리 장례식이 여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일본에선 유명 인사가 사망하면 일정 시간을 두고 다수의 조문객이 참여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르는 문화가 있다. 지난해 11월 사망한 나카소네 장례식도 지난 3월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연기돼 정부·자민당 합동장(葬)으로 이날 열리는 것이다. 그는 1982년부터 5년간 총리를 지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최근 나카소네 장례식 때 문부과학성 산하기관과 국립대 등에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묵념할 것을 요구하는 통지서를 보냈다. 일본 정부는 합동장 당일에 각 성청(省廳)이 조의를 표명토록 했는데 국립대 등도 이에 동참하라고 한 것이다. 스가 내각은 47개 광역지자체 교육위원회에도 같은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15일 ‘조의 표명’ 요구로 새로운 정치 개입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사카대의 교수는 “국장(國葬)도 아닌데 ‘국립’이란 이름의 조직에 근무하는 것만으로 조의를 표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중견 언론인은 본지에 “나카소네를 잘 모르는 젊은 대학생들이 왜 우리가 강제적으로 조의를 표명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공무원노조는 특정 정당이 관련된 행사에 국가공무원이 관여하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하시모토 류타로, 스즈키 젠코,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합동장 때도 국립대 등에 같은 통지를 했다”며 “이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며 조의 표명 여부는 관계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스가 내각이 나카소네 합동장을 위해 9600만엔(약 10억4400만원)을 지출하기로 한 데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 대책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어서 9600만엔 지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일본 경제가 위축된 상황인데 굳이 호화 장례식을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