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 최근 수천 명의 몽골족 주민들이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교육 당국의 몽골어 교육 축소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네이멍구 자치구는 중국에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와 함께 중국 3대 소수민족 자치지역으로 꼽힌다. 2400만 거주민 중에 5분의 1이 몽골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 시각) 네이멍구자치구 교육청이 ‘자치구 내 소수민족 학교의 교재 사용 방안’이란 문건을 지난달 26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이달부터 자치구 내 몽골족 초중학교에서는 몽골어로 된 중국어 수업 교과서를 쓸 수 없다. 교육청은 중국어 과목 외에도 정치와 역사 교과서를 중국어로 쓰여진 교재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 우선 적용한 후 모든 학년으로 확대 적용된다.
네이멍구 자치구의 몽골족들은 ‘노골적인 몽골어 말살 정책‘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수천명의 몽골족 주민들은 학교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교에 있던 학생들이 기습적으로 교문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이들은 “우리의 모국어는 몽골어고, 우리는 죽을 때까지 몽골인이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30일 몽골족 고등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투신해 숨진 이후 시위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인권단체는 “네이멍구 자치구의 몽골족 주민 가운데 80%가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번 시위는 2011년 몽골족 두 명이 한족 운전기사에게 살해 당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의 ‘남몽골인권정보센터’ 활동가 엔게바투 토고초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중국의 몽골족은 사실상 자치권을 상실했고, 한족의 대거 이주 정책으로 전통적인 삶의 양식을 잃었다”며 “몽골어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데, 순순히 당국 방침을 수용하면 이마저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당국은 성명을 내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교과 과정 표준화를 위해 일부 과목만 중국어로 가르치겠다는 것이고, 기존의 중국어·몽골어를 함께 배우는 교육 시스템은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몽골어 교육 축소 방침은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몽골족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뉴욕타임스는 “과도한 광물 자원 채굴과 한족에게 부(富)가 편중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겹쳐져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년간 소수민족의 한족 동화 정책이 빠르게 추진 중이다.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소수민족 정책이 이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유화책에서 강경책으로 돌아선 탓이다. 중국 위구르족들이 모여 사는 신장에서는 3년 전 38%에 불과하던 초중학교의 중국어 수업 비중이 현재는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짱(티베트) 지역에서는 2018년 티베트어 보존 캠페인을 벌이던 티베트족 출신 사업가가 중국 사법 당국에 의해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 네이멍구 자치구
티베트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등과 함께 중국 내 5대 소수민족 자치구 중 하나이다. 중국의 전체 몽골족 인구는 600여만 명으로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중 비교적 규모가 크다. 하지만 티베트족이나 위구르족과 달리 중국 정부의 통치에 비교적 순응해 왔다. 중국 국내외에서 분리·독립단체와 인사가 활동 중이지만 세력은 미미하다. 중국은 1947년 중국 최초의 성(省)급 소수민족 자치구로 네이멍구자치구를 설치했다. 네이멍구자치구의 2400여만 명 인구 가운데 몽골족의 비중은 약 20%가량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한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