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잡화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 상인들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朝報)가 29일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측의 선거용품 주문량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진영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들어서다. 지지자가 더 많은 후보의 선거용품이 더 많이 팔린다는 단순한 논리다. 세계 잡화의 30%를 생산하는 이우시는 미국 선거 운동에 필요한 현수막·깃발·모자 등의 최대 생산 기지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저장성 이우시의 한 상점에서 직원들이 '트럼프 2020'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 이우시에는 ‘트럼프 2020’ 깃발과 트럼프 선거 구호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가 적힌 현수막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한 상점에서는 트럼프 선거용품은 10만 개를 주문 받은 반면, 바이든 선거용품은 수천 개 주문받는 데 그쳤다고 했다. 바이든 선거용품은 종류와 도안 수에서도 트럼프 용품에 밀린다고 한다. 연합조보는 “미국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앞서는 분위기지만, 이우지수는 트럼프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선거용품 주문량으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이우시 상인들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이우지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이 도시의 선거용품 주문량을 기초로 미국 대선 판세를 가늠할 정도다.

물론 이우지수를 맹신하기는 어렵다. 선거용품 주문량이 지지자 규모와 직접적 상관 관계가 없는 데다, 코로나 확산 이후엔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집회 참석에 적극적이어서 선거용품을 더 많이 구매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선거용품 주문량이 많다는 것은 그의 열성적 지지 세력이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던 진보 성향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이든과 비교할 때 트럼프를 향한 (지지 유권자들의) 열정이 핵심 지역들에서 더 높다”며 “트럼프의 지지 기반에 속한 6000만명의 열정은 심상치 않은 수준인데 바이든 쪽 분위기는 별로 그렇지 않다”고 썼다.

이벌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