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15년 전 '여인의 향기'를 노래하던 소녀들이 성숙한 여인으로 돌아왔다. 각자의 시간을 지나 마주한 곳은 결국 '고향', 씨야가 다시 한 목소리로 선다.
씨야는 2006년 데뷔해 '여인의 향기', '사랑의 인사', '구두', '미친 사랑의 노래' 등으로 2000년대 중후반 발라드 시장을 이끈 대표 여성 보컬 그룹이다. 2011년 해체 이후 약 15년 만에 완전체로 다시 뭉친 이들은 긴 시간의 간극을 오히려 음악으로 증명해냈다.
재결합 소감부터 남달랐다. 김연지는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기다려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 좋은 이야기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이보람은 "꿈만 같다. 팬분들 덕분에 다시 올 수 있었다"고 했고, 남규리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운명처럼 느껴진다"며 데뷔 초를 떠올렸다.
재결합의 계기는 뜻밖에도 소소한 연락 하나에서 비롯됐다. 남규리는 "작년 19주년을 지나며 주변에서 재결합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각자 마음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우연히 보람 씨에게 MR을 빌리려고 전화했다가 이야기가 이어졌고, 연지에게도 연락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각자 소속사가 다른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았다. 남규리는 이 모든 과정을 "우연이 쌓여 만들어진 필연"이라고 표현했다.
오랜 공백 끝에 다시 함께한 녹음실에서 세 멤버는 저마다 깊은 감정을 경험했다. 김연지는 "세 목소리가 다시 합쳐졌을 때 감동이 컸다. 화합이 잘 되는 목소리라는 걸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이보람은 씨야로의 재회를 '고향'에 비유하며 "혼자 살면 편하긴 하지만, 고향집에 가면 엄마 밥도 먹고, 안락하지 않느냐. 씨야로 모여 녹음하니 오랜만에 고향집에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남규리는 "꽃이 피는 시기를 지나 단단한 나무로 자라야 하는데, 그 시간을 버텨온 것에 대한 감정이 북받쳤다"며 "어릴 때의 기억들도 스쳐 지나갔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쌓인 감정과 성찰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2020년 JTBC '슈가맨3' 이후에도 묵묵히 기다려온 팬들을 떠올리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준다는 걸 느끼고 울컥했다"고도 했다.
이번 신곡 '그럼에도 우린'은 15년의 공백과 재결합의 의미를 담은 발라드로, 세 멤버가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특히 전면 한글 가사로 채워진 점이 눈길을 끈다. 이보람은 "영어보다는 한글 가사 하나하나로 진심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고, 남규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분들이 씨야 음악을 사랑해주신 이유"라고 덧붙였다.
오는 5월 발매 예정인 정규앨범에는 7~8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남규리는 "기존 씨야의 감성과 새로운 느낌의 곡이 함께 담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을 15년이라는 시간, 팬들은 늘 같은 자리에서 그들을 기다렸다. 씨야는 이번 활동을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팬미팅도 진행했다. 음원 발매 당일인 30일 서울 종로구 '이들스'에서 150명의 팬과 만난 자리였다. 남규리는 "매진 소식을 들었을 때 그 150명이 1500명, 1만5000명 이상의 가치로 느껴졌다. 숫자보다 그 자리에 와준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새로운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남규리는 "씨야를 잘 모르는 분들이 '저 언니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고, 김연지는 "씨야를 모르는 세대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음악으로 다시 설명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남규리는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 팀이 잘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보람은 "이전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우연처럼 시작됐지만 필연으로 마주한 세 사람. 15년의 시간도 씨야의 화음을 흩트러뜨리진 못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세 목소리는 이제 추억이 아닌, 현재로 다시 불리기 시작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