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정빛의 그저, 빛> K팝의 글로벌 위상이 빛나는 지금, 정빛 기자가 반드시 비추어 보아야 할 K팝 스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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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SM 걸그룹 계보를 잇는 보이그룹이라니. 강렬함으로 대표되던 SM 보이그룹 역사에, NCT 위시가 귀여움이라는 변수를 던졌다.

데뷔 초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커버한 NCT 위시. 공식 채널 화면 캡처

SM 보이그룹의 공식은 꽤 단단했다. 무대는 세야 했고, 표정은 날이 서 있어야 했으며, 퍼포먼스는 압도해야 했다. 오죽하면 'SMP'라는 말이 하나의 장르처럼 굳었을까.

지난해 연말 'SBS 가요대전'에서 트와이스 'TT' 무대를 커버한 NCT 위시. 방송화면 캡처

H.O.T., 신화, 동방신기, 엑소, 샤이니, NCT 127, NCT 드림, 웨이션브이, 라이즈로 이어지는 '센 것의 계보'. 강렬함이 미덕이었던 역사다.

데뷔 2주년 당일인 지난 21일 오후 2시 30분과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팬미팅 '6명의 왕자가 나에게 청혼을 하면 곤란한데요'에서 퍼포먼스 중인 NCT 위시. 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이 공식을 가장 어린 팀이 건드렸다. 2024년 2월 데뷔한 NCT 위시는 SM 막내 보이그룹이자 NCT 마지막 고정 팀이다. 데뷔곡 '위시'로 시작해 '송버드', '덩크슛', '스테디', '미라클', '팝팝', '컬러'까지. 숨 고를 틈 없이 달려왔고, 지난 21일 데뷔 2주년을 맞았다.

데뷔 2주년 당일인 지난 21일 오후 2시 30분과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팬미팅 '6명의 왕자가 나에게 청혼을 하면 곤란한데요'에서 퍼포먼스 중인 NCT 위시. 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시간으로 보면 2년. 그러나 이 팀이 흔든 건 시간보다 '새로운 문법'이었다. 사실 SM 보이그룹의 성장은 '더 세지는 방향'으로 축적돼 왔다. 청량한 콘셉트로 데뷔하지만, 점점 격렬한 퍼포먼스로 진화한다.

K팝 최초로 쇼츠 1억뷰를 넘긴 NCT 위시의 '참참참 챌린지' 콘텐츠. 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런데 NCT 위시는 힘을 빼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덜 강해 보이려고 한 게 아니라, '또 다른 강함'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NCT 위시 공식 유튜브 채널. 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비슷한 연차의 'SM 한솥밥' 라이즈가 선배들의 남성미 짙은 무대를 계승할 때, '옆집' NCT 위시는 곰돌이 옷을 입었다. 근육 대신 봉제 인형. 카리스마 대신 '귀염 뽀짝미'. 소년미를 넘어 거의 '요정돌'에 가깝다. 귀엽게 보이려는 시도가 아니라, 귀여움을 '팀의 언어'로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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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NCT 위시는 소녀시대 후배 같다." 실제 데뷔 초 커버곡이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였던 것도 상징적이다. 당시 SM 막내 걸그룹은 에스파였는데, 오히려 걸그룹 에스파가 동방신기-엑소-NCT 계보의 후배처럼 보이고, 보이그룹 NCT 위시는 걸그룹 계보 위에 서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데뷔 2주년 당일인 지난 21일 오후 2시 30분과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팬미팅 '6명의 왕자가 나에게 청혼을 하면 곤란한데요'에서 퍼포먼스 중인 NCT 위시. 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인데 걸그룹 문법을 잇는다니. 농담처럼 들리지만, 가볍게 흘릴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이 팀의 무대는 늘 귀여움을 덜어내지 않는다. 지난해 파파야 '내 얘길 들어봐'를 커버해 '아잉' 신드롬을 만들었고, 트와이스 'TT' 무대에서도 깜찍함을 그대로 살렸다.

통상적으로 보이그룹이 걸그룹 커버를 할 때 재해석을 한다. 힘을 더하고, 표정을 세우고, 귀여움을 걷어낸다. 그러나 NCT 위시는 반대로 갔다. 더 밝게. 더 순하게. 조금 더 사랑스럽게.

한 번의 이벤트였다면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팀은 이 우연을 두 번, 세 번 반복했다. 그리고 결국 정체성이 된 모양새다.

데뷔 2주년이었던 지난 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회차에 걸쳐 연 팬미팅은 그 정체성을 공식처럼 못 박은 자리였다.

제목부터 로맨스 판타지. '6명의 왕자가 나에게 청혼을 하면 곤란한데요'. NCT 위시는 왕이나 영웅 대신 왕자가 됐다. 정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 받는 존재. 기존 K팝 보이그룹이 세계를 구하는 서사를 쌓았다면, NCT 위시는 사랑받는 서사를 택한 셈이다.

멤버 유우시는 아이유 '스물셋', 리쿠는 카라 '프리티걸', 료는 칠공주 '러브송', 사쿠야는 아일릿 '아임 낫 큐트 애니모어'. 심지어 올해 성인이 된 료와 사쿠야를 중심으로, 멤버들 모두 박지윤 '성인식'을 추는데, 이는 '어른 흉내'보다 '그 나이에 가능한 솔직함'이라 웃음이 나왔다.

팬들 사이에서는 "퍼스널컬러가 여돌댄스"라는 반응이다. 농담 같지만 정확한 설명이다.

그런데 이 팀, 숏폼에서도 똑같다. 다른 보이그룹들의 숏폼 상위권이 대개 강렬한 콘셉트나 자신들의 타이틀곡 챌린지로 채워져 있다면, NCT 위시 공식 채널 쇼츠는 결이 다르다.

조회수 상위에는 '참참참 챌린지', '아둥바둥 챌린지', 일본 여자아이돌 곡을 활용한 '초최강 챌린지'가 자리한다. 모두 업로드 1년도 채 되지 않은 영상들이다.

처음 쇼츠에서 크게 터진 것도 '못 말리는 아가씨 야레야레'였다. NCT 위시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밈도 망설임 없이 가져온다. 멋을 세우기보다, 먼저 웃음을 건넨다.

영상이 끝날 즈음이면 툭 미소가 새어 나오고, 정신 차리면 이미 "귀엽다…" 하고 있다. 댓글에는 이런 말이 달린다. "내 칠순잔치에 틀 영상 1순위." 귀여운 손주처럼 여길 만큼, 괜히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무해한 매력이라는 뜻이다.

재밌게 소비되지만, 그 안엔 속도도 있다. 지난해 '상하이 로맨스' 밈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 먼저 챌린지를 찍더니, 모두가 '상하이 로맨스'를 돌릴 때는 이미 '방콕시티'로 넘어가 있었다.

유행을 따라가는 팀이 아니라, 유행보다 한 박자 먼저 움직이는 팀. NCT 위시 앞에 '젠지 아이콘'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그러나 숫자는 결코 귀엽지 않았다. K팝 남자 아이돌 공식 계정 최초 유튜브 쇼츠 1억 뷰.

다른 성과도 마찬가지. 데뷔 앨범 초동 28만 장에서 시작한 음반 판매량은 139만 장까지 치솟았고, 두 장 연속 밀리언셀러. 데뷔 2년 만에 KSPO DOME 입성까지 확정했다. 귀여움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걸, NCT 위시는 숫자로 증명했다.

지금 K팝은 점점 세지고 있다. 다크해지고, 세계관은 복잡해지고, 남성성은 더 강조된다.

그 흐름 속에서 NCT 위시는 반대로 걷는다. 청량하고, 밝고, 무해하다. 보이그룹이 반드시 세야 할 필요는 없다. 사랑 받는 방식도 충분히 힘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SM이 가장 오래 잘해온 걸그룹 문법이다. SM의 가장 오래된 걸그룹 무기를 가장 어린 보이그룹이 꺼내 들은 것.

NCT 위시라는 왕자들이 꺼낸 칼. 날이 서 있지는 않지만, 훨씬 단단하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