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학전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대한민국 K팝에 대해 부러워하고 인정해줘요. 학전은 그 우리 대중음악의 뿌리이자 시작이고 밭이죠.”

극단 학전(學田)은 한자로 '배울 학(學)'에 '밭 전(田)' 자를 쓴다. 1990년대부터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온 곳이다. 뮤지컬을 비롯한 정극 중심의 어린이·청소년극을 주로 선보였다. 전통예술, 클래식, 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했다.

동시에 대중음악 소극장 콘서트의 '최후의 보루'로 통하는 곳이다. 매년 1월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1996)의 기일(1월6일)을 맞아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올해 1월엔 확장한 개념의 '제 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를 열었다)를 펼쳐왔다. 김광석은 이곳에서 기념비적인 '1000회 공연'을 치러냈다.

'학전 지킴이' 중 한명인 싱어송라이터 박학기(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는 2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우리는 학전이나 김민기 대표님에게나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학전이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15일 폐관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대학로뿐 아니라 대중음악계도 분주하다. 내년 2월28일부터 3월14일까지 릴레이 콘서트를 열고 학전의 부활을 응원한다. 박학기를 시작으로 윤도현, 알리, 동물원,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이한철, 이은미,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 여치, 시인과촌장, 크라잉넛, 유재하동문회, 하림, 이정선, 노찾사, 한상원밴드, 최백호, 한영애 등 출연료 없이 출연하기로 했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배우들 일부도 힘을 실어준다.

박학기는 "12월 초에 릴레이 콘서트 등 학전을 위한 일들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라면서 "현재 둘 중에 하나죠. 문을 실제 닫느냐 드라마틱하게 살아나느냐.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학전이 진짜 문을 닫을 거 같은데, 학전 DNA를 갖고 있는 이들과 학전 무대에 서보지는 못했지만 궁금해한 이들에게 모두 무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김민기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문화예술인들에게 뿐 아니라 시대를 살아온 상당수 이들이 그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 '아침이슬' '친구' 등이 수록된 앨범 '김민기'는 1971년 발표돼 이후 '상록수' 등 김민기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 젊은이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됐다. 90년대 이후엔 대학로의 한켠에서 소극장, 아동·청소년 문화 지킴이로 묵묵히 일해왔다. 박학기는 학전에 대해 "공적인 문화자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대학로는 청년 문화의 출발이다. 현재 그 원형을 갖고 있는 극장이 대학로엔 학전밖에 없다. 김광석 노래비도 있는데 근대적인 문화 가치가 없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황정민, 설경구, 안내상 등 유명한 배우들이 학전을 거쳤잖아요. 대학로를 '스토리텔링' 하는데 이곳만 한 곳도 없죠."

상업적인 성격으로 변모한 대학로에서 학전은 거의 유일하게 상업적이지 않는 곳이다.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학기는 "김민기 대표님은 자본주의 논리를 갖고 있거나 학전 성격에 맞지 않는 공연엔 대관도 해주지 않았다"면서 "저작권료를 비롯해 자신의 모든 것을 학전에 쏟아부었어요. 관심 있는 곳에서 후원을 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우선 학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학전을 사랑하는 이들과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도 학전에 관심을 쏟고 있다. 배우이기도 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학전 등 소극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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