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버터’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 곡으로 '핫100' 네 번째 정상에 오른 만큼, 확고한 브랜드가 구축됐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발매와 동시에 1위로 직행하는 '핫 샷'을 가능하게 만드는 거대한 팬덤, 세계적으로 대형 보이밴드가 부재한 상황에서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해석 등도 있다.

한편에서는 '색깔 마케팅' 관점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바라본다. '버터'에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노랑을 이번 활동에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감각적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댄스 팝 기반의 '버터'는 신나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이다. 거창한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 '버터처럼 부드럽게 녹아들어 너를 사로잡겠다'라는 실제 버터의 이미지를 녹였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는 디지털 앨범 커버를 비롯 기자간담회 포토월 등 '버터'와 관련한 모든 홍보 활동에 노란색을 전면 배치했다. 언론 노출도가 많은 방탄소년단 덕분에 노랑은 이번 '버터' 활동에 자연스런 상징색이 됐다.

노랑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또 노랑은 빨강과 초록의 혼합색으로 '상처의 회복'이라는 효과도 있다. 코로나19가 계속 여전한 상황에서 알맞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역시 "'버터'로 코로나19 시대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버터'는 곡을 이해시키기보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영리한 전략"이라면서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감정 마케팅"이라고 봤다.

공교롭게도 해마다 '올해의 컬러'를 선정하는 미국의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이 올해 희망과 회복, 격려의 의미를 담아 선정한 색 중 하나가 노란색 계열의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이다. 팬톤은 이 색의 선정 배경으로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의도를 꼽았다.

하이브는 '색깔 마케팅'이 설계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하이브가 최근 추구해온 K팝 전략을 들여다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지난 2019년 '소녀시대' 'f(x) '샤이니' 등의 채도 높은 콘셉트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던 민희진 전 SM엔터테인먼트 이사를 브랜드총괄(CBO)로 영입하는 등 디자이너를 대거 스카우트하며 K팝의 콘셉트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일종의 브랜딩 작업이다. 민 CBO는 하이브 용산 신사옥의 공간 브랜딩, 디자인을 총괄하기도 했다.

이런 브랜딩 전략은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공개한 '다이너마이트' 때부터 드러난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한 당시 이 곡의 주된 활동 이미지는 연한 보라색이었다. 여기에 다양한 색깔로 그라데이션을 줬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기조에 곡명처럼 화려함을 얹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지속한 작년 하반기에 발매한 앨범 'BE'의 주된 색은 흰색이었다. 무(無)에 가까운 흰색은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타이틀곡 제목 역시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즉 삶은 계속된다였다.

이번에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버터' 출시에 맞춰 위버스샵에서 노란색 상자가 인상적인 '버터 쿠키'를 판매하기도 했다. 뮤지션과 회사 활동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음을 상징하는 사례다.

중견 아이돌 제작사는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모든 분야에서 디자인이 중요해지면서 K팝 역시 브랜딩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련된 K팝은 이미지로 소비되는 측면이 강하고 그만큼 색깔이 중요하다"면서 "방탄소년단과 하이브의 전략은 앞서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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