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시골에서 깨 털듯이/ 깨 한번 쓸어보듯 살아볼까나.”
지난 24일 예술의전당 미래아트홀. 바리톤 윤한성과 소프라노 윤성회가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경쾌한 이중창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사가 재미났다. “춘향이 몽룡이보다 더 깨 쏟아지듯 살면 그만이지/ 한여름 모시 이불 없으면 어떠냐.”
나실인 작곡, 윤미현 작사의 창작 오페라 ‘춘향 탈옥’에서 방자와 향단의 이중창 ‘촌스러우면 어떠냐’였다. 노랫말이 보여주듯이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춘향전’을 재해석한 작품.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한 곡씩 들려주는 제작 발표회였지만, 이들은 다채로운 춤 동작까지 곁들여서 ‘열연'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쇼케이스 형식으로 선보인 데 이어서 다음 달 6~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한국 소극장 오페라 축제’에서 정식 초연된다.
‘한국 소극장 오페라 축제’는 연극이나 뮤지컬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소극장이 오페라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지난 1999년 출발했다. 당시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이었던 오페라 연출가 문호근(1946~2001)이 소극장 오페라 운동을 역설했던 주창자 가운데 한 명이다. 문 감독이 2001년 세상을 떠난 뒤에도 꾸준하게 열렸지만 2017년 이후 재정적 어려움으로 잠정 중단됐다. 4년만의 축제 부활인 셈이다.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오페라 연출가 장수동,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등이 손을 잡았다.
소극장 오페라 축제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창작 오페라 중심이라는 점이다. 올해도 ‘춘향 탈옥’을 비롯해 ‘김 부장의 죽음’(작곡 오예승, 대본 신영선), ‘달이 물로 걸어오듯’(작곡 최우정, 대본 고연옥) 등 공연작 다섯 편 가운데 세 편이 창작 오페라다. 연출가 장수동씨는 “독립 영화가 한국 영화 성장의 발판이 된 것처럼, 소극장 오페라 축제가 젊은 작곡가들에게 창작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로 외국 오페라 원작들도 한국어 대사로 번안해서 공연하는 ’100% 우리말 오페라'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올해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엄마 만세(Viva la mamma)’와 쿠르트 바일의 ‘서 푼짜리 오페라’ 등 번안 작품 2편을 무대에 올린다. 이건용 총장은 “한국어로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곡을 고집하기보다는 평균 90분 안팎으로 압축한 버전을 올린다는 점. 철저하게 ‘오페라 대중화’에 초점을 맞춘 포석이다. 유인택 사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서 오페라 초심자들도 소극장 오페라의 매력을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창작 오페라 부흥과 저변 확대에도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