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1일 서울 서초동 한예종. 피아니스트 이진상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중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피아니스트 이진상(40·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숨은 베토벤 전문가다. ‘숨은’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이유가 있다. 피아니스트들은 피아노 소나타·협주곡처럼 자신의 악기가 전면에 부각되는 주연을 선호하게 마련. 하지만 이 교수는 정반대다. 지난해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을 맞아서도 작곡가의 피아노 3중주와 바이올린 소나타 같은 실내악과 반주에 오히려 치중했다. 굳이 주연보다 조연을 자청하는 이유가 뭘까. 그는 24일 인터뷰에서 “피아노는 혼자 연주하는 경우가 많기에 실은 외로운 악기”라며 “그렇기에 동료들과 협업하는 실내악은 원기 회복이자 치유(healing)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그가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 높게 평가받는 분야도 실내악이다. 이 교수는 2015년부터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에서 결성된 ‘베토벤 트리오 본’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3중주단 동료인 미하일 오브루츠키(바이올린)와 그리고리 알루미안(첼로)은 본의 ‘베토벤 오케스트라’ 악장과 수석이기도 하다. 베토벤 고향에서 베토벤의 이름을 딴 악단 단원들과 베토벤의 실내악을 연주하는 셈. 이 3중주단이 발표한 베토벤 피아노 3중주 전곡 음반은 그라모폰 등 세계 클래식 전문지에서도 호평받았다. 이 음반에는 베토벤의 교향곡과 협주곡도 실내악으로 편곡해서 실었다. 이 교수는 “협주곡에서는 독주(獨奏)와 합주(合奏)를 왔다 갔다 하면서 쉴 새 없이 연주하다 보니 그야말로 정신없을 지경”이라며 웃었다.

금호아트홀연세 0325_백주영 이진상

그는 25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7월 1일에는 같은 무대에서 독주회도 연다. 최근 백 교수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 음반을 발표했다. 그는 베토벤의 숨은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내악을 연주하고 녹음하면서 더욱 분명하게 깨닫게 됐다. 베토벤은 화려한 비르투오소(기교파 연주자)보다는 언제나 피아노를 노래하듯이 연주하고 싶어 했던 작곡가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