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한류그룹 ‘엑소’, ‘레드벨벳’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이는 신인 걸그룹 ‘에스파’의 실험이 통할 지 K팝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에스파는 오는 17일 오후 6시 첫 싱글 '블랙 맘바(Black Mamba)'를 공개한다. 에스파는 한중일 멤버로 구성된 동아시아 그룹이다. 한국인 멤버인 윈터(WINTER·19)와 카리나(KARINA·20), 중국인 멤버 닝닝(NINGNING·18), 일본인 멤버 지젤(GISELLE·20)로 구성됐다.

에스파라는 이름은 '아바타 X 익스피리언스(Avatar X Experience)'를 표현한 'æ'와 양면이라는 뜻의 영단어 '애스펙트(aspect)'를 결합해 만들었다.

무엇보다 앞서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예고했다. 데뷔 무대도 19일 오후 6시 유튜브 에스파 채널을 통해 카메라 워킹과 실제 공간이 연동되는 증강현실(AR) 기술로 구현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에스파는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미래 엔터테인먼트 세상의 핵심 가치로 여기며 최근 강조하고 있는 'SM컬처 유니버스(SM CULTURE UNIVERSE·SMCU)'의 실험판이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격동의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는, 온라인 시대의 키(Key)가 될 수 있을 지 시험한다.

서울대 출신인 이수만 프로듀서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노스리지 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를 밟는 등 음악과 테크놀로지를 접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일찌감치 많았다.

이 프로듀서는 최근 '제1회 세계문화산업포럼'(WCIF)에 한국 문화계 대표 인사로서 참석, "에스파는 셀러브리티와 아바타가 중심이 되는 미래 세상을 투영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의 그룹"이라고 소개했다.

― SM, 코로나 이전부터 셀럽·인공지능에 관심

사실 SM의 셀러브리티와 아타바에 관심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다. 잡지업계의 침체로 일찌감치 폐간됐지만, 지난 2013년 SM은 ㈜디자인하우스와 손잡고 월간지 '더 셀러브리티(The Celebrity)'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중과 그들이 동경하는 유명인, 즉 셀럽의 삶을 매개해주는 패션, 뷰티, 디자인, 푸드, 여행 등을 소개로 삼았다.

아울러 2018년 베트남에서 열린 포럼 등에서는 "앞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통해 퍼스널라이즈된 수많은 아바타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초 거대 버추얼 제국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 때부터 이번 데뷔를 앞둔 에스파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되는 시대에는 셀럽의 힘이 막강해진다. 셉럽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파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실세계'에 실존하는 스타, 그리고 '가상세계'를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스타의 파생된 캐릭터를 얼머나 유기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문화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

SM은 지난 2017년 말 한국콘텐츠진흥원, 기술기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구글캠퍼스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융합예술센터 등과 함께 음악과 인공지능(AI)이 만나는 미래형 콘텐츠를 쇼케이스 형식으로 선보였다.

인공지능 개발자와 작곡가가 공동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몽상지능', 인공지능 개발자·데이터 아티스트·사운드 아티스트 간 협업으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플레이 위드 에러', 공간 맞춤형 음악생성 프로젝트 '에트모: 공간생성음악', 팬과 아티스트가 1:1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셀렙 봇' 등이었다.

사실 K팝이 한류 붐을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아티스트의 활용은 업계에 화두가 됐다. K팝 콘서트가 인기를 누리지만 아티스트들은 한번에 한곳만 갈 수 있으니, 아티스트들 재현한 홀로그램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런 고민이 심화되고, 코로나19로 온라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두된 것이 아바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2009)에도 잘 나와 있는 것처럼, 쉽게 아바타는 나의 캐릭터를 담은 일종의 분신이다.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활동이 많아지는 이 때, 바쁜 스케줄을 대신할 수 있는 K팝 아이돌을 이 아바타로 대체하는 것이다. SM은 이번에 에스파를 순차적으로 소개하면서, 멤버들과 연관한 가상 세계 속 아바타의 공간인 '플랫(FLAT)을 설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SM의 획기적인 시도를 반기면서도, 일부에서는 걱정스런 목소리도 낸다. 싱어송라이터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소속사 관계자는 "스타와 팬의 사이는 유대감은 인간적 감정을 느끼는 공감대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분신인 아바타와 제대로 관계 설정이 가능할 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장기간으로 볼 때 사건, 사고가 많은 아이돌 업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아이돌 업계에 몸 담았다가 다른 분야에 몸 담고 있는 관계자는 "스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획사는 거의 없다. 아바타가 스타가 되면, 관리·감독이 확실해지니 매니지먼트 업계에 혁신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예상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세계문화산업포럼에서 에스파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아티스트 멤버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현실과 가상의 중간 세계인 '디지털 세계'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며 성장해가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전했다.

'현실세계'의 멤버들과 '가상세계'의 아타바 멤버들, 그들의 곁에서 서포트해주고 조력자 역할을 하는 '가상세계' 속의 신비로운 존재들이 그룹의 멤버로서, 현실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신개념 그룹이라는 설명이다.

아바타에 대한 관심은 SM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K팝 가요 기획사들은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 AR 아바타 서비스인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앞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와 '블랙핑크'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총 1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최근 JYP로부터 50억원의 투자도 유치해냈다.

앞서 지난 9월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가상 팬사인회에는 460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다녀갔다. 네이버제트는 곧 JYP가 보유한 IP을 콘텐츠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트와이스 멤버들의 댄스 퍼포먼스가 제페토 3D 아바타로 구현됐는데, 관련 티저 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수 170만건을 넘기기도 했다.

― SMCU, 디즈니 같은 '문화 제국'을 꿈꾸다

결국 SM의 다양한 실험은 '문화 제국'을 건설하는 데 있다. 그건 셀럽을 통해 만들어지는 콘텐츠, 즉 지식재산권(IP) 산업의 활용이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으로 통하는 디즈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등 이미 보유한 IP로 다양한 세계관을 지닌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충성도 높은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있다.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 캐릭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대중은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야기와 콘텐츠에 계속 빠져들 수밖에 없다.

SM과 이수만 프로듀서가 샤이니, 엑소, NCT, 웨이션브이 멤버들로 연합그룹 '슈퍼엠'을 만들며 자사 내 연결 IP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스파의 아바타 경우, 온라인에서 활동이 좀 더 자유로운만큼 콘셉트와 이야기를 좀 더 쉽게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 프로듀서는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통해 미래 엔터테인먼트 세상을 위한 비전인 SMCU를 실현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음악을 기반으로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북미, 남미, 유럽 등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K팝을 알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