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겸 감독 하정우(47)가 영화 '윗집 사람들'로 연말 극장가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3일 개봉한 영화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로, 하정우가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에 이어 네 번째 연출을 맡았다. 그는 연출과 함께 아랫집 부부에게 이색적인 제안을 하러 온 윗집 남편 김 선생을 연기했다.

영화 '윗집 사람들' 스틸.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윗집 사람들'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하정우는 "원작을 재밌게 봤고, 굉장히 따뜻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기서 각색만 잘하면, 재밌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또 원작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너무 사랑스럽더라. 원작이 저희 영화보다 좀 더 순화되고 담백한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윗집 사람들' 스틸.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하정우는 '로비'에 이어 '윗집 사람들'까지, 올해 두 편의 연출작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그는 "공개를 한 게 아니라, 공개를 당한 것"이라며 "각 투자배급사마다 계획이 있기 때문에, 결정을 믿고 따른 거다. 다만 연출자로선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한 해 두 편을 8개월 간격으로 내놓는 것 자체가 일반 관객들에게 피로도를 줄 수 있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또 과감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를 선보이게 된 점에 대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연출자로서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한 것 같다. 비즈니스 적인 면에선 흥행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타협을 해야 했지만, 순수한 연출자의 입장으로선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어찌 보면 순진한 마음"이라며 "영화에 대한 편견은 개봉하고 나면 점점 분위기가 더 나아질 것 같다.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섹스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작에서 전하고자 하는 관계 회복 메시지와 드라마 자체가 너무 좋았다. 이걸 최대한 코미디스럽고 캐릭터적인 요소들을 확장시켜서 드라마로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배급사에서도 오래전부터 연말에 개봉해야 한다고 못을 박고 준비한 것도 아마 그 지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연출에 임하는 각오도 전했다. 하정우는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에는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며 "'윗집 사람들'을 찍고 나서 뒤늦게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차근차근 줄여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극 중 하정우는 이하늬와 처음으로 부부 호흡을 맞췄다. 이하늬는 '윗집 사람들' 개봉 기념 인터뷰 당시 "하정우한테 2주만 기다려달라고 했다가, 대차게 까였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를 들은 하정우는 "하늬가 처음에 불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했다. 당시 캐스팅을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던 시기였다(웃음). 많은 카드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다행히 하늬한테서 2주 만에 연락이 왔다"며 "그 중간 역할을 효진이가 정말 잘해줬다. 사실 제 마음속 1번은 하늬였다. 그 과정에서 효진이가 하늬의 컨디션 체크를 잘해주면서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하늬는 둘째 임신 상태에서 '윗집 사람들'을 촬영하기도 했다. 하정우는 "임산부이니까 보호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지금이야 세트장 안에서는 금연이지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갈까 봐 일부러 한 시간에 십 분씩 환기를 시켰다"며 "제가 임신 사실을 안다는 걸 하늬가 모르도록 조심스럽게 잘 케어를 해줘야 했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게 없지 않나. 하늬는 제가 (임신 사실을) 안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본인은 효진이랑 제작부 관계자 한 명한테만 말했다고 하더라. 저희 둘 다 '서로 모르겠지?' 하면서 지냈다. 제가 배려를 할 수 있는 건, 일찍 오면 빨리 집에 보내주는 것과 최대한 컨디션을 맞춰주는 것뿐이었다. 하늬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님에도 씩씩하게 촬영을 완벽히 소화해 줘서 고마웠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하늬의 순산 소식을 듣고 천만다행이었다. 저희 영화를 찍고 나서 무거운 몸으로 드라마를 또 찍더라. 정말 보통이 아니다"고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공효진과는 영화 '러브픽션' 이후 13년 만에 재회해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는 공효진을 캐스팅한 계기에 대해 "정아 역이 효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처음에 번역본을 보고서는 좀 납득하기 어려워해서, 시나리오를 보지 말고 영화 원작을 봐달라고 했다. 촬영 직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시나리오를 고쳐서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수정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공효진, 이하늬, 김동욱과 함께 영화 홍보차 '아침마당'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 '아침마당'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저 같은 스타일은 멍석을 깔아주면 잘 못하는데, 그걸 효진이가 '오빠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덥석 물더라. 제가 효진이한테 부탁하면 효진이는 모든 걸 다 들어주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며 "효진이는 감각이 남다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끝으로 네 번째 연출작 개봉을 앞두고 흥행 성적에 대한 기대와 솔직한 마음도 전했다. 하정우는 "다 때가 있는 것 같고, 하늘이 결정해 주는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은 무대인사를 천 번, 만 번 하고 인터뷰를 하더라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고 나서 홍보하고 나면 그 다음이 때인 것 같다"며 "저는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고 털어놨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