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H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새로운 '청룡의 여신'으로 성공적 데뷔를 마친 한지민(43)이 한국 영화를 향한 더욱 깊어진 사랑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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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3월 21일 창간한 스포츠조선이 올해 35주년을 맞아 '청룡의 여신' 한지민을 만났다. 지난 2003년 방영된 SBS 드라마 '올인'(최완규 극본, 유철용 연출)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데뷔 후 단번에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은 한지민은 이듬해 MBC '대장금'(김영현 극본, 이병훈 연출)에서 서장금(이영애)의 친구 의녀 신비로, 2007년 MBC 드라마 '이산'(김이영 극본, 이병훈·김근홍 연출)의 성송연으로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한지민의 연기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영화 '해부학교실'(07, 손태웅 감독)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11, 김석윤 감독) '역린'(14, 이재규 감독) '밀정'(16, 김지운 감독) 등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쌓더니 '미쓰백'(18, 이지원 감독)으로 만개, 데뷔 이후 15년 만인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첫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 새로운 '청룡의 여신'으로 제3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시상식 전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 MC 이제훈과 한지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1.29

MC로서의 첫 번째 청룡영화상을 끝낸 뒤 4개월 만에 만난 한지민은 "마치 청룡영화상이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솔직하게 내게 엄청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신인 때보다 더 큰 긴장감을 가진 무대였다"며 "사실 청룡영화상 MC를 제안 받았을 때부터 나의 뇌구조는 오직 '청룡'이었다.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라도 제안을 받았을 때 그런 긴장감을 가질 무대가 청룡영화상이었을 것이다"고 곱씹었다.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MC 한지민, 이제훈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11.29

그는 "너무 떨리기도 했고 실제 무대에서는 수상자들이나 시상자들의 멘트가 MC 자리까지 잘 안 들리더라. 리허설 때는 조용한 상태에서 연습하는 것이라 말소리가 안 들린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생방송 때는 객석에 관객도 많고 무대도 울려서 잘 안 들려 당황하기도 했다. 시상자나 수상자들의 멘트에 리액션을 해야 하는데 거의 상상하면서 리액션을 한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한지민과 이제훈이 지코의 등장에 놀라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1.29

청룡영화상을 통해 열렬한 응원과 사랑을 받았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는 한지민이다. 그는 "청룡영화상이 끝난 뒤 새 MC에 대한 반응을 아직까지 못 찾아보고 있다. 분명 새로운 MC를 향한 쓴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아직도 그러한 반응이 두려워 못 찾아보고 있다"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이찬혁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11.29

이어 "청룡영화상을 끝내고 속이 1도 후련하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도전하고 후련하지 않은 적이 처음이다. 물론 1부보다 2부가 조금 더 긴장이 풀려 편해지는 분위기는 있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부담되고 긴장됐다. 원래 연기할 때도 내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스태프들이 칭찬을 해줘도 스스로 개운하거나 속 시원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날 집에 갔는데 각성돼 잠이 안 오더라. 청룡영화상 때 지치지 않으려고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마셨는데 그 이유 때문인지 몸이 피곤해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긴장을 풀려고 집에서 맥주 한 캔에 짜장라면을 먹기도 했는데 후유증이 오래 갔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이찬혁 씨의 '파노라마' 공연 때 긴장이 최고치였는데 그 때문인지 요즘 가끔 라디오에서 '파노라마' 노래가 나오면 갑자기 심장이 뛰더라. 무언가 당시 분주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트라우마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찬혁 씨에게 미안하지만 '파노라마'는 당분간 듣지 못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올해 청룡영화상 MC는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이 맡았으며 총 18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지민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8.11.23

청룡영화상 MC 자리는 겪어본 적 없는 무게였다.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자로 호명될 때 느끼는 떨림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몰려왔다. 한지민은 "입이 바짝 마른다는 경험을 살면서 얼마나 해봤겠나? 너무 입이 말라 입술이 치아에 자꾸만 붙더라. 생방송의 묘미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했다. 과거 KBS2 '연예가 중계' 때 생방송을 경험했는데 그때와 차원이 다르다. 무대에 오르자 많은 선·후배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 무게에 짓눌리기도 했던 것 같다"고 그 날의 상황을 떠올렸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올해 청룡영화상 MC는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이 맡았으며 총 18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김혜수가 한지민의 수상소감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8.11.23

30년간 '청룡 여신'으로 군림했던 김혜수의 애정 어린 후기도 특별했다. 한지민은 "(김)혜수 선배가 청룡영화상 당일 스케줄 이동 중에도 생방송으로 시상식 전체를 본방사수 했다고 하더라. 청룡영화상을 끝낸 뒤 곧바로 혜수 선배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저 너무 힘들었어요' '어려웠어요'라며 어리광을 엄청 부렸다. 그럼에도 혜수 선배가 '처음인데 너무 잘했다'며 응원과 칭찬을 가득 해주셨다. '한지민의 첫 번째 청룡영화상은 너무 좋았고 괜찮았고 잘 어울렸다'라는 선배의 말이 큰 힘이 됐다"며 "30년간 청룡영화상 한 길을 걸은 김혜수 선배의 뒤를 잇는 일인데 어떻게 부담이 안 될 수 있겠나? 그런데 반대로 그러한 영광을 거절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용기를 냈는데 역시나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정말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혜수 선배가 너무 일찍 은퇴를 하신 게 아닌가 싶다. 이쯤 되면 혜수 선배가 내게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웃음)"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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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룡영화상을 성공리에 끝낸 뒤 결코 안도하거나 쉴 수 없었다는 한지민은 "벌써 4월이 됐다. 눈 깜빡 감았다 뜨면 올해의 청룡영화상이 올 것 같더라. 첫 번째 청룡영화상을 끝낸 뒤 다짐한 게 있다. 한국 영화가 개봉하면 될 수 있는 한 모든 작품을 극장에서 보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요즘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이 K-콘텐츠, K-팝 덕분에 많이 높아진 것 같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긍심도 생긴다. 한국 영화는 영화인들이 최선을 다해 한 편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지금은 대중과 관객의 사랑이 조금 더 절실하게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청룡영화상 MC로서 관객이 한국 영화에 조금 더 관심과 사랑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한지민은 "아직도 꿈 같은 시간이다. 청룡영화상에서 보낸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꿈 같은 시간이었고 모든 게 믿어지지 않는 환상 같이 느껴진다"며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고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룡영화상은 잘 해내고 싶은 무대다. 연기 이외에 처음으로 욕심이 생기게 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블록버스터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지난해 청룡영화상 보다 더 안정적이고 편안한, 그리고 긴장감을 내려놓고 더 깊어진 MC로 다시 관객을 찾아가겠다.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