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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그동안 자신을 ‘내조’해온 연인이자 제작실장 김민희 없이 베를린영화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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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개막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홍 감독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31번째 장편 영화 '여행자의 필요'를 선보이기 위해 베를린을 방문, 19일 독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과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및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하며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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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동안 해외 영화제에서 홍 감독의 곁을 지키며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민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과 지난해 열린 제73회 베를린영화제에서도 홍 감독과 늘 함께였던 김민희의 모습이 사라진 것. 무엇보다 지난해 김민희는 영화제에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홍 감독 회고전에 동반 참석해 무대 위로 올라와 소감을 밝혔고 이후 팬들의 사진 요청에도 거리낌 없이 포즈를 취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영화 관계자들 앞에서 서로에게 모자를 씌워주는 등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보인바 있다. 김민희는 '불륜' 꼬리표 속에서도 당당한 행보를 이어가며 홍 감독의 뮤즈이자 연인, 제작실장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사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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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김민희는 베를린영화제 공식 행사에 불참, 두문분출하며 홍 감독의 곁을 지키지 않았다. 이번 신작 '여행자의 필요' 역시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린 김민희였으나 베를린영화제에서 자취를 감춰 다시금 궁금증을 자아냈다. 김민희 대신 홍 감독은 '여행자의 필요'의 주연을 맡은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비롯해 김승윤, 조윤희, 권해효, 하성국과 함께 기자회견부터 레드카펫까지 영화제 행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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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없이 이자벨 위페르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 감독은 "영화를 계획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내게 주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꼭 어떻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을 생각하고 찍는 것도 아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영화를 만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믿는다. 과거에는 이유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려 했지만, 지금은 딱히 그렇다고 할 수 없다"며 "내 안에 있는 것들이 하루하루 표현된다. 캐릭터는 그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자신의 연출론을 밝혔다.

나이 많은 여배우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작품에 녹여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 감정이 나한테 온 것 같다"며 "이렇게 말하면 너무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도 내가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 감독의 전작 '다른나라에서'(12) '클레어의 카메라'(18)에 이어 '여행자의 필요'까지 무려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이자벨 위페르는 "홍 감독이 작업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고 경험을 되풀이하는 데 열정적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이야기 안에서 역할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이야기와 세계에 투영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홍 감독은 "이자벨 위페르는 용감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인간으로서 예술가로서 그를 믿고 그와 작업하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