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할만한 배우들이 뭉친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비상(飛上)을 선언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진행된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주연 배우들과 한재림 감독이 참석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재난 영화. 지난해 열린 제74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이며 영화 '관상'(2013) '더킹'(2017)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송강호가 지상에서 항공 재난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베테랑 형사 인호, 전도연이 국도부 장관 숙희, 박해준이 청와대 위기 관리 센터 실장 태수를 연기했다. 또한 이병헌이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재혁, 김남길이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부기장 현수, 김소진이 사무장 희진, 임시완이 혼란한 상황을 주시 중인 탑승객 진석 역할을 맡았다.
이날 한재림 감독은 이 작품이 10여년 전 자신에게 연출 의뢰가 들어왔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에는 제가 이 작품의 어떤 설정이나 기획이 좋았지만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못했다"며 "개인적으로 비행 공포증이 심하고 비행기 안에서 인간들이 갇힌 상황에서 재난을 겪는다는 공포가 10년간 기억에 남더라, 그래서 이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 감독은 "10년이 지나는 동안 불행히도 한국 사회에 크고 작은 재난들이 있었다, 그 재난들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 작품을 해야겠다, 이 작품으로 할 말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후에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비상선언'은 제작 전부터 송강호와 이병헌, 전도연 등 유명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특히 임시완은 "한재림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것으로 굉장히 놀랐다, 그리고 나서 선배님 한 분 한 분 캐스팅이 됐다는 말씀을 듣고 '그런 대작이 저한테 들어왔단 말이야?' 하는 생각으로 놀랐다"며 "그 뒤로 감독님과 미팅이 잡혔다, '어 그게 진짜로 되는 건가?' 내가 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캐스팅 되고 나서 또 안심이 안 되고 실감이 안 나더라, 될 때까지는 모르니까"라고 캐스팅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또한 "진짜 이걸 한다는 말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다가 드디어 첫 촬영을 했을 때 안도감을 느꼈다, 내가 진짜하는구나, 실감 안 나는 작품이었다"고 덧붙이며 웃음을 줬다.
한재림 감독 역시 "혼란이 왔다"며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에 대해 감격했던 마음을 밝혔다. 그는 "사실 여기 계신 배우 분들이 특히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선배님 같은 분들은 한국 영화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상징성이 있으신 분들이다"며 "김남길 배우님 임시완 배우님, 김소진, 배우님, 박해준 배우님도 지금 굉장히 큰 작품들에서 주연을 하시는 분들인데 사실 감독이라면 영화계의 제작자, 감독이라면 (이분들을) 전부 캐스팅 하고 싶어할 거다, 이런 분들을 다 이 영화에 같이 참여하고 찍게 된 것 자체가 혼자서도 안 믿겨졌고 '이게 왜 이러게 된 거지?' 궁금했고 찍으면서도 혼란이 왔다"고 밝혔다.
또한 한 감독은 "몇 개의 영화를 찍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한 영화를 찍는건지 일곱 개 영화를 찍는건지 생각이 들 정도로 매번 감사하고 영광이었다"며 "찍은 걸 보니 장면 장면 잘 어우러지고 선배님들, 배우 분들이 잘 살아 있어서 관록과 뛰어난 연기력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은 저마다의 이유들로 영화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송강호는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비상선언'으로 세번째 호흡을 맞춘 한재림 감독에 대한 신뢰로 영화를 택했다고 했다.
한재림 감독과 처음으로 함께 한 이병헌은 "한재림 감독과 처음 호흡 맞추는데 워낙 전작을 보고 꼭 한번쯤 작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처음 시나리오 받고 읽는데 시나리오가 단숨에 읽힐 정도로 긴장감이 있고 재밌는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영화라고 해서 비주얼적이거나 스펙터클한 부분만이 아니라 송강호 선배님이 말한 것처럼 인간이 보여지고 생각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시나리오나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의도에 공감해 출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에서 시나리오가 좋았다고 하시는데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감독님이 '비상선언'을 만들려는 의도가 좋았다. 아까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크고 작은 재난을 겪으며 상처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데 동의돼서 출연했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영화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가감없이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도연은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천만 넘는 영화 아닌가요?"라고 되물으며 "그렇게 생각하고서 영화를 결정했고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 계신 배우들 중에서 흥행은 제가 가장 아쉬움을 가진 배우다,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그런 기대 100%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질문을 받은 송강호는 영화에 대해 "우리 이병헌씨 전도연씨 비롯해서 너무 오랜 세월 동안 같이 호흡 맞추고 정말 인간적으로도 허물없이 친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 했고, 너무 호흡도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송강호의 말을 자르며 "그래서 (흥행 성적은)얼마요?"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송강호는 "그래도 숫자는, 전도연씨는 너무 자신있게 말씀하시는데, 저는 숫자는 (모르겠다), 이병헌씨 숫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이병헌에게 배턴을 넘겼다.
이병헌은 "아까 안 그래도 형한테 물어봤다, 강호 형이 저한테 그러더라, 이거 이천만 정도 되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송강호는 "참고로 저는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했지만 전도연 역시 "저도 들었다"고 이병헌의 편을 들며 농담을 이어갔다.
또한 이병헌은 "저는 배우로서 겸손해야 하지 않곘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느냐"고 송강호를 놀렸다.
'비상선언'은 멀티 캐스팅의 재난 영화인만큼 클리셰와 신파 등을 우려하는 질문도 있었다. 한재림 감독은 "클리셰는 장르라는 말과도 비슷하고 어떤 감독이든 클리셰, 장르성을 갖고 관객과 싸운다"며 "클리셰를 너무 피하면 관객과 거리가 생기는 것이고 클리셰를 어느 정도 이용하면서 조금의 새로운, 조금 다른 지점을 얼마나 재밌게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영화는 장르 영화 관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영화다, 그런 부분에서 최대한 관객들의 예상을 비트는 전개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디테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파에 대해서는 "어떤 지점이 신파냐고 했을 때 예를 들며 관객에게 슬픔을 강요하고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감정이)덜 됐는데 강요받는 느낌이면 신파라고 제게 느껴지는데 배우들의 대사, 극적인,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통해 마음이 느껴져서 감정이 오면 신파보다는 공감이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 감독은 이 영화가 2010년대 벌어진 우리 사회의 여러 재난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임을 알린 바 있다. 한 감독은 실제 사건을 담아냈냐는 잘문에 "실제 재난들이 많았고 재난을 겪은 사람들, 우리가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녹아 있지 특정한 재난의 사건을 묘사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거기서 우리가 느껴지는 인간들의 재난과 싸우는 갈등,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순간, 재난에 패배하는 마음과 아픔을 그려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재난 영화를 찍으면서 윤리적인 부분을 물으신다면, 이 재난을 그저 관객에게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한 재난 영화로 다가가지 않게끔 노력했다, 영화 관객들이 보고 마음에 인간성을 남도록, 재난이 닥쳤을 때 인간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재림 감독과 가장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송강호는 한 감독과의 호흡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흥행 성적을 떠나서 한재림 감독은 늘 좋았다"며 "감독으로서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어떤 작품에 대한 태도라고 해야하나, 이런 것들이 배우로서 든든하고 저런 감독님과 작업하게 되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어떤 예술가로서의 집요함, 그리고 야심, 좋은 야심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늘 느껴와서 작업할 때도 (한 감독의)작품 제의가 들어오면 반갑고 너무 좋다"고 밝혔다.
한편 ‘비상선언’은 오는 8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