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

2003년은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으로 심지어 휴대폰이 국내에 도입된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우리는 손편지를 꽤나 주고받았다. 오는 28일 손편지를 소재로 그 시절의 정취를 담아낸 로맨스 영화 한 편이 관객을 찾는다.

31일 오전 11시 온라인을 통해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조진모 감독과 배우 강하늘, 천우희가 참석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와 소희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 낮은 약속을 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제작발표회가 영화다.

조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편지라는 소통의 도구를 통해서 (인물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편지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영향력을 끼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제목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부활의 유명 곡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음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조 감독은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드리고 싶은 게 있었다. 여러분들이 경험했을, 느꼈던 적이 있을 여러분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 제목만큼 적확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라고 제목을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지은 이유를 밝혔다.

이에 강하늘은 "유명한 노래의 제목이다. 노래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그 노래만큼의 울림이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제목과 잘 어울리는 내용이다.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가는 따뜻함이 있다"고 말을 보탰다. 꿈도 목표도 없는 삼수생 '영호'(강하늘)와 새로울 것 없는 현실에 순응하는 '소희'(천우희)는 보통의 청춘들이다. 알 수 없는 내일에 불안하고,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잃어가던 두 사람은 영호가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맞는다. 희미했던 두 사람의 하루는 어느덧 편지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빛나기 시작하고, 오고가는 편지와 함께 위안과 용기를 주고받는다.

두 사람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설명했다. 강하늘은 "영호는 방황하고 있는 친구다. 미래와 꿈에 대해서 방황한다. 우연찮은 기회에 번뜩 생각이 나서 소희에게 편지를 보낸다. 거기서 오는 기다림과 편지를 쓰면서 설렘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천우희는 "소희는 엄마와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씩씩한 20대를 막 지나고 있는 청춘이다. 아픈 언니를 대신해서 영호와 함께 연락하게 되며 소소하게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이어 "배경이 2003년도다. 소희는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큰 사람이다. 배려심, 이해심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한 상상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소희는 본인보다 타인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저와 닮은 점이 제일 많다"고 덧붙였다. 편지가 둘을 잇는 매개체다 보니 둘이 함께 촬영하는 신보다 서로의 내레이션을 듣는 촬영이 더 많았다고 한다. 강하늘은 "개인적으로는 만난 것보다 (감정을 잡는데) 더 좋더라. 제가 청각적으로 예민하다. (천우희의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많은 것들이 상상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연기를 하니 더 자유스러웠다"고 말했다.

편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도록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에 조 감독은 "편지는 소통의 도구다. 그게 발전돼 SNS가 됐을 수 있다. 편지는 기다려야만 답장을 받을 수 있다.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편지 자체보다) 편지를 통해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가 중요하다. 편지가 그걸(대화를) 진실되게 표현하기 위한 적확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이야기고, 편지는 소통의 도구다"고 편지라는 설정 자체보다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해 달라고 청했다.

2003년과 2011년을 배경으로 영호의 오랜 기다림을 담아낸 작품의 특성상 제작진은 많은 세대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당시의 비주얼을 재현해 내야만 했다.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가로본능 휴대폰부터 유행하던 패션 스타일, 그리고 지금은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는 빨간 우체통까지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소품들이 관객들을 추억 속으로 이끈다. 강하늘은 어린 시절 실제로 가로본능 휴대폰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대사로 녹여내기도 했다. 그는 "가로본능이 그렇게 깨끗한 게 몇 대 안 남아 있다고 하더라. 그만큼 내 몸 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기스가 나거나 떨어뜨리면 안 됐다. 쥘 때마다 손에 땀이 났다"면서도 "오랜만에 옛날 추억으로 돌아가 재밌었다. 가로본능을 처음 봤을 때 '오 이게 돌아가네. 세상이 휙 돌아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느낌을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대사를 더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하늘은 편지에 얽힌 일화를 공개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뮤지컬을 할 때 한 팬분이 모든 공연 회차를 감상했더라. 그 티켓을 모아서 노트처럼 만들어 주셨다. 노트 끝에 ‘결혼을 해서 외국에 살아야 해서 이제 못 볼 것 같다. 앞으로는 멀리서 응원하겠다’고 적어 주셨다. 가끔 번뜩번뜩 생각날 정도로 큰 울림이었다”며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