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스릴러 영화 ‘콜’은 단편 ‘몸값’(2015)으로 주목받은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원조교제를 위해 만난 남자와 여고생이 '몸값'을 흥정하는 장면을 단 한 번의 롱테이크로 촬영한 실험적 기법과 충격적인 엔딩으로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90년대생 신인 감독이다.
첫 장편 상업영화 '콜'에서는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독창적이고 강렬한 여성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지루함 없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30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 감독은 "기존 한국 영화의 전형성을 벗어나려고 노력했다"며 "익숙한 타임슬립물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심리적 서스펜스를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과거를 바꾸려는 '서연'(박신혜)과 미래를 바꾸려는 '영숙'(전종서)의 대결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긴장감 가득한 스토리,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감각적인 미장센이 돋보인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전화 한 통으로 20년의 시간차가 존재하는 두 사람이 만나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게 기본 얼개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고 영향을 끼치는 타임워프, 타임슬립 등 시간과 관련된 소재는 신선하지 않다. 대신 이를 풀어가는 형식과 스토리텔링은 독창적이다. '콜'만의 강렬한 스타일과 미장센을 구현하기 위해 촬영, 편집, 음악, 미술 등에서 디테일을 살렸다.
이 감독은 "단순히 이야기를 텍스트로만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인 맥락 속에서 시각적인 부분과 청각적인 부분까지 잘 녹이도록 신경썼다"고 전했다.
― "여성 캐릭터 힘 있다는 것 증명하고 싶어" 무엇보다 장르물을 여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점이 새롭다. 박신혜와 전종서를 비롯해 영숙의 신 엄마 역의 이엘, 서연 엄마 역의 김성령까지 여성 배우들이 활약한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 때부터 단편을 만들었는데 항상 여성이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 인물이었다"며 "원작이 여성 캐릭터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게 자연스럽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한국 영화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장르적으로 굉장히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특기했다.
박신혜에 대해서는 "현장의 실질적 리더였다"고 추어올렸다.
그는 "경험이 많아 단단한 힘을 지닌 배우다. 현장에서 서로 이견이 있어도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며 "나이는 동갑이지만 선배님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박신혜 배우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 기억에 남는다"며 "이러한 장르 영화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고 했다.
전종서에 대해서는 "다음어지지 않은 자유로움과 날 것의 모습이 있다"며 "종서 배우의 혼으로 영숙이 캐릭터가 완성됐다"고 만족해했다.
영숙을 서태지 팬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숙에게 서태지는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서태지 음악의 새로움, 저항성,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이 영숙이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 연출계의 아이돌?…"오랫동안 영화 만들고 싶을뿐"
등장과 함께 '괴물 신예'라는 극찬을 받은 이 감독은 '연출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수려한 외모 덕에 올 초 열린 제작보고회 당시에는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영화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영화로써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며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을 뿐이다"고 언급했다.
'연기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예고에 다녀서 연기 수업을 받긴 했지만 연기를 할 수 없는 성격이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다"며 "연기는 아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초 '콜'은 3월 극장 개봉을 준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하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이 감독은 “주말 동안 많이 봐주신 것 같아 기쁜데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만든 것보다 공개되기까지 오래 걸려서인지 개봉이 밀리는 모든 순간이 스쳐지나갔다”며 “(극장에서 보여주지 못한) 조금의 아쉬움은 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영화적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