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양자경(楊紫瓊·양쯔충). /로이터 연합뉴스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양자경(楊紫瓊·양쯔충)이 수상소감에 이어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도 ‘여성’을 강조했다.

13일 뉴욕타임스(NYT)는 양자경이 쓴 “8년 전 내 인생을 바꾼 ‘위기’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공개했다.

이 기고문에서 양자경은 “지난 몇 주 동안 제 첫 번째 골든 글로브상과 미국배우조합상, 오스카상까지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며 “내 경력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이 순간에 감사하지만, 그 세계적인 관심을 다른 문제로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8년 전 한 순간이 세상을 보는 나의 관점을 바꾸었다”며 2015년 네팔 지진을 언급했다. 양자경은 “2015년 4월25일 네팔에서 현지 단체를 방문하고 있을 때 갑자기 땅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그런 공포와 공황은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일어설 수 없었고, 건물에서 나가기 위해 문까지 기어가야 했다”며 “건물이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어서 몇시간 동안 밖에 있어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양자경은 “나는 운 좋게도 그날을 무사히 견뎌냈지만 영향을 피해가지는 못했다”며 “그 경험은 끔찍했고, 여전히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머물고 있던 호텔은 지진으로 파손됐기 때문에 공항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이틀을 보낸 뒤 비행기로 대피할 수 있었다”며 “비행기 아래로 지진으로 폐허가 된 땅이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삶 전체가 무너진 수천 가구와 다르게 내게는 갈 집이 있다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제95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양자경(楊紫瓊·양쯔충). /로이터 연합뉴스

양자경은 “지난달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을 보며 네팔이 다시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는 단순히 재앙의 순간이 아니다. 위기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깊은 불평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며 “가난한 이들,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짚었다.

그는 “유엔개발계획(UNDP)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재난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며 “여성들이 깨끗한 물, 백신, 상담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가장 마지막으로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물이 안전하지 않을 때 야외 또는 사생활 보장이 되지 않는 집단 대피소에서 지내게 되는데, 이때 여성들에게는 성폭력과 폭행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양자경은 “재난 상황을 회복하고 다음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도주의적 대응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경은 “나는 60세이고, 이제 첫 오스카상을 받았다”며 “인내심이 뭔지 알고 있고, 사회가 여성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경험이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 영웅들의 경험과는 전혀 비교가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기쁨의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경은 앞서 12일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시아 배우로는 최초다. 그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어린 소년과 소녀들에게 이 트로피가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것이 꿈이 실현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여성들에게,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