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가 폭풍 눈물을 터뜨렸다.
무슨 일일까?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시상식 직후 사후리셉션에선 ‘깨발랄’ 매력까지, 제43회 청룡영화상의 카메라 앞에서도 뒤에서도 그녀는 최고 스타였다.
25일 성대하게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그 전통과 권위에 걸맞은 한마디로 각본없는 드라마, 명실상부 영화계 최대 축제였다.
시상식 당일 심사가 진행되고 직전에야 결과가 나오기에 후보들은 전혀 수상 결과를 모르고 시상식에 참여하게 마련. 배우들은 결과를 사전에 알려고 노력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기에, 선후배들을 만나고 '축제'를 즐기기 위한 마음으로 청룡영화상은 함께 하게 된다. 유독 후보 배우들의 리액션이 좋은 것도 이같은 이유.
행사가 열리는 여의도 KBS 홀 인근 호텔에 숙소를 잡는 등 청룡영화상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참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탕웨이는 일찍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청룡에 예의를 다했다.
이날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 여부에 대해 전혀 몰랐던 탕웨이는 시상식 내내 자신의 휴대전화로 축하 무대 등을 담으며 연신 행사를 즐기는 분위기. 수상 여부를 놓고 긴장을 했다기 보다는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이후 오랜만에 만난 ‘헤어질 결심’팀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시상식을 최대한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탕웨이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OST에 수록됐던 '안개'로 무대를 꾸민 정훈희와 라포엠의 무대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올해 70세인 정훈희의 등장에 이지은 또한 깜짝 놀라며 조용히 무대를 지켜봤다.
그러는 사이 탕웨이는 와락 눈물을 터트렸다. 조용히 눈물이 흐르는 정도가 아니고, 처음부터 대성통곡하는 분위기. 큰 휴지로 얼굴 전체를 감싸고 폭풍 오열하는 탕웨이를 옆에서 조용히 달래주던 박해일 또한 탕웨이의 흐느낌이 심해지자 어깨를 조용히 감싸주며 위로를 건넸다.
탕웨이는 이날 공연이 어떤 내용으로 준비됐는지 전혀 몰랐던 터라 전혀 예상못했던 순간에 '안개'를 들으면서, 쓸쓸하고 고독하나 누구보다 꼿꼿해던 극장 배역 '서래'란 인물과 당시 감정에 완전히 몰입되면서 와락 눈물이 터졌다는 후문. 수상 여부를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질 결심'의 대본을 챙겨왔을 정도로 이 영화와 서래란 인물에 엄청 빠져있었고, 지금도 당시 감정이 오롯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무대가 끝난 후 MC 김혜수는 특별히 탕웨이를 언급했다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축하무대를 보면서 영상을 촬영하면서 즐기고 계시다가 '안개' 노래가 나오는 동시에 다시 서래가 되시더라. 너무너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고, 탕웨이는 김혜수의 눈빛만으로도 따뜻한 위로의 느낌을 전달받은 듯 눈물이 다 그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감사의 뜻으로 객석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뿐 아니다.
"이거 정말 좋아요"란 '귀여움' 수상소감을 한국어로 준비한 탕웨이는 이후에도 소탈하면서도 주위 배려에 신경쓰는, 또 밝은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우주연상으로 포토타임이 길어진 덕에 시상식 직후 리셉션장에 다소 늦게 도착한 탕웨이는 "늦었으니 서둘러 달라"는 주최측의 안내에 바로 높은 하이힐을 신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긴 드레스를 살짝 들고 마치 아이가 뛰어가듯 전력질주하는 모습에 주위 관계자들은 "무대 뒤에서도 너무나 매력이 넘친다. 직접 보니 더 반할 것 같다"는 반응 등을 보였다.
한편 이날 청룡영화상에서는 '헤어질 결심'이 최우수작품상과 박찬욱 감독의 감독상, 박해일과 탕웨이의 남녀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인기스타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7관왕을 차지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