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수형 기자]'원로 배우이자 ‘국민배우’ 이순재와 안성기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며, 한 시대를 대표한 두 거목의 퇴장이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정부는 두 배우에게 나란히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고, 대통령의 직접 추모까지 이어지며 ‘국가적 예우’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의 즉각 애도… “나라 전체의 배우였다”

고 이순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 빈소에는 ‘대통령’ 명의의 근조화환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도 SNS를 통해 “평생 연기에 전념하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품격을 높인 분”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대통령이 문화예술인의 별세에 이처럼 신속하고 직접적인 추모 메시지를 남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가운데 안성기 별세소식에도 대통령이 가장 큰 근조화환을 전달한 사실도 화제가 됐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영화사와 문화예술 전반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선생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진정성 있게 그려낸 배우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려함보다 겸손을, 경쟁보다 품격을 보여주신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이례적 속도로 금관문화훈장 추서

고 이순재 때와 같이, 고 안성기의 별세 소식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별세 당일 금관문화훈장을 긴급 추서했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으로, 문화예술 발전에 현저한 공을 세운 인물에게만 수여된다. 문체부는 “연극·드라마·영화·예능을 넘나들며 반세기 넘게 현역으로 활동했고, 세대를 아우르는 존경을 받았다”고 추서 이유를 밝혔다.

“연기는 끝까지 책임지는 일”… 안성기의 마지막 현장

혈액암 투병 끝에 74세로 별세한 안성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다. SBS 다큐멘터리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배우 안성기에는 항암 치료 중에도 촬영을 이어간 그의 마지막 현장이 담겼다. 박흥식 감독은 “힘들다고만 하셨어도 촬영을 멈췄을 텐데, 선생님은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안성기는 다섯 살에 아역으로 데뷔해 69년간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생전 “힘이 닿는 때까지 관객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해외에서도 그의 별세를 조명했으며, 뉴욕타임스는 “한국 영화의 위대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병상에서도 “작품밖에 없다”… 이순재의 마지막 대답

MBC 추모 다큐멘터리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에는 병상에 누운 이순재가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다”고 답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는 시력을 잃고 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도 “동료와 스태프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끝까지 배우로서의 책임을 이야기했다.

1956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순재는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연극·드라마·영화를 넘나들며 한국 연기사의 기준을 세웠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산’ 등에서 보여준 헌신은 후배 배우들의 교과서로 남았다.

한 시대는 저물었지만, 고 이순재와 고 안성기. 두 배우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화려함보다 성실함, 명성보다 책임을 택했다는 것. 정부의 금관문화훈장 추서와 대통령의 직접 추모는 개인을 넘어 시대를 대표한 배우에 대한 국가의 마지막 인사였다. 두 사람이 남긴 작품과 태도는 한국 문화사의 기준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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