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배우 안성기가 영면에 든 가운데, 그와 함께 호흡했던 영화계 동료와 후배들이 전하는 생전 미담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들은 고인을 단순한 스타를 넘어 현장의 질서를 잡고 후배들의 길을 닦아준 '영화계의 큰 어른'으로 기억했다.
11일 방송된 MBC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국민배우, 안성기’에서는 ‘한국 영화의 역사’이자 ‘시대의 얼굴’로 살아온 안성기의 삶과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이 그려졌다. 내레이션은 영화 ‘한산:용의 출현’ 등으로 안성기와 인연을 있는 배우 변요한이 맡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안성기의 데뷔부터 마지막 작품 출연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지만 영화인들이 기억하는 ‘사람 안성기’라는 부분이 먹먹함을 자아냈다.
후배 배우들이 기억하는 안성기의 가장 큰 덕목은 '성실함'이었다. 서현진은 "선배님은 단 한 번도 늦으신 적이 없었다. 항상 나보다 먼저 현장에 와 계셨다"고 회상했다. 임권택 감독 역시 "안성기가 현장에 도착하면 연출자인 나조차 정신적으로 정돈되어야 했다"며, 그가 존재만으로 현장에 활력과 긴장감을 주는 배우였음을 시사했다.
안성기는 주연 배우로서의 특권을 내세우기보다 소외된 후배들을 먼저 챙겼다. 배우 박철민은 과거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이 에어컨 있는 방에 있는 단역 배우에게 화를 내자, 안성기가 "나와 대사 연습을 해야 한다"며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던 일화를 전했다. 배우 김상경 또한 신인 시절 자신을 알아봐 주고 먼저 손을 내밀며 축하 인사를 건넨 고인의 따뜻한 성품을 잊지 못한다고 밝혔다.
안성기는 한국 영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자신의 명성을 기꺼이 사용했다. 배우 신현준은 "평생 주인공만 하던 선배님이 악역이나 조연을 받아들이며 내려놓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었다"며, 그의 행보 덕분에 후배들이 배역의 비중에 얽매이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는 상영관이 부족한 단편 영화를 위해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 설립을 주도하고, 저예산 및 독립 영화에 무보수로 출연하는 등 '영화계 일꾼'을 자처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고인은 자신의 쓰임이 필요한 곳이라면 규모를 따지지 않고 흔쾌히 나섰다"며 그의 헌신을 높게 평가했다.
동료들은 안성기가 구축한 배우로서의 위상이 오늘날 한국 배우들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배우 이미숙은 "그가 할 일을 다 해준 덕분에 우리가 활동할 수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으며,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변요한은 "그동안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감사했다"며 끝내 울먹였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