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이정 기자]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한국영화배우협회에 따르면 안성기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아온 지 6일 만이다.
소속사는 별세 비보와 함께 "안성기 배우는 연기에 대한 깊은 사명감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와 함께해 온 분이었습니다”라며 “그의 연기는 언제나 사람과 삶을 향해 있었으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라고 전했다.
1952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한 안성기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평생 흔들림 없는 품행과 태도로 동료와 후배, 대중 모두에게 깊은 존경을 받아왔다.
그의 연기 인생은 놀라울 만큼 길고도 깊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로 아역 데뷔한 그는 이후 김기영 감독의 '10대의 반항'에서 소매치기 소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소년특별연기상을 받았다.
성인 배우로 자리 잡은 뒤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들로 한국영화사의 한 축을 이뤘다. '바람불어 좋은 날', '깊고 푸른 밤', '칠수와 만수', '만다라', '하얀 전쟁', '투캅스', '라디오스타',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실미도'는 한국 영화 최초로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안성기는 임권택, 강우석, 이명세, 이장호, 배창호, 박광수 등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호흡하며 ‘충무로의 신뢰’라는 별칭을 얻었다. 연기 외적으로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영화계의 중심을 지켜왔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9년 혈액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그는 연기를 향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강수연 추모전, 들꽃영화상, 이준익 감독 회고전, 황금촬영상 시상식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회복된 근황을 전했고, 끝까지 영화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줬다.
동료들에게 안성기는 ‘배우 이전에 사람’이었다.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님은 제게 아버지이자 선배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중국 배우 판빙빙 역시 “함께 일하고 싶은 한국 배우”로 안성기를 꼽았고, 김혜수는 “너무나 특별한 분”이라며 애틋함과 존경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조각가인 아내 오소영 씨와 설치미술가인 장남 다빈 씨, 미술가 겸 배우로 활동 중인 차남 필립 씨가 있다.
안성기의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진행된다. 명예장례위원장 신영균, 배창호 감독,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강섭 이사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신언식, 한국영화인협회 양윤호 이사장 등 4인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으며, 이정재와 정우성 등 영화인들이 운구를 맡는다.
안성기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되며,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 엄수된다.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1957년 데뷔 이후 69년, 180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한국영화와 함께 걸어온 이름 안성기. 그는 스크린을 넘어 한 시대의 품격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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