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가진 돈이 곧 힘인 시대, 자기 돈 써가며 사람들을 구해주는 '내돈내힘' 히어로가 나타났다. '캐셔로'로 또 한번 대박을 터트린 이준호다.
지난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캐셔로'(극본 이제인 전찬호, 연출 이창민)는 결혼자금, 집값에 허덕이는 월급쟁이 '상웅(이준호 분)'이 손에 쥔 돈만큼 힘이 강해지는 능력을 얻게 되며, 생활비와 초능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생활밀착형 내돈내힘 히어로물이다. 아이돌그룹 2PM 멤버 겸 배우인 이준호가 타이틀롤 상웅 역을 맡아 활약했다.
상웅은 한 푼 두 푼 아껴 여자친구 민숙(김혜준)과 결혼, 청약을 꿈꾸는 알뜰살뜰 건실한 청년이다. IMF 이후 가세가 기운 집에서 물려받은 것은 무능력한 가장 뿐이라고만 생각했던 그에게 부친은 생각지도 못한 유산을 물려줬다. 바로 초능력.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었다. 손에 쥔 현금 만큼만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힘을 쓰면 돈도 사라진다고.
집안 대대로 이어진 이 초능력을 활용해 할 수 있는 건 곤경에 처한 주위 사람들을 돕는 것이란다. 그러나 당장 세간살이마저 중고거래로 내다파는 상웅에게 피 같은 '내 돈'을 써가며 남을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물려받은 게 없는 줄로만 알았더니 '가난'을 물려주다니. 갑작스러운 초능력에 대한 희망보다 가난에 대한 절망이 상웅을 휘어감는다.
숨만 쉬는 데도 돈이 나간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개인의 어떤 능력보다도 우선한다. 경제적 지위가 곧 사회적 지위가 되고, 금력이 금권이 되는 시대. 초능력을 거부하며 가난을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상웅의 모습은 부, 자산과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는 보통의 사회 초년생, 우리 사회 청년층의 심정적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러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상웅은 결코 자신 앞에 나타난 주위의 위험을 외면하지 못한다. 직자 동료들의 출입문 문도 잡아주지 않으며 외면했던 힘이 건만, 결정적인 사고 또는 타인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들엔 나서고야 만다. 모친이 식당 허드렛일하며 평생 모은 곗돈 3천만원을 준 날에도 마찬가지. 사랑하는 민숙이 바라마지 않던 청약 계약금이 될 거금을 타인의 목숨을 위해 쓸 수 있는 희생정신이 존재하는 한, 상웅은 가난과 관계 없이 분명한 히어로다.
가난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친절한 이웃이라는 점이 흡사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맨'을 떠올리게 만든다. 기실 블록터스터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기획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어로 순위에는 '스파이더맨'이 있었다. 가난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소시민들을 돕는 우리 옆집 청년. 그 존재감을 한국에서는 '캐셔로'의 이준호가 구현하는 모양새다.
'옷소매 붉은 끝동', '킹더랜드', '태풍상사'로 최근 출연작마다 호평받은 이준호는 '캐셔로'에서 한번 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 초능력을 쓰는 액션도, 가난과 능력 사이 고민하는 연기도 안정적이다. 특히 '캐셔로'에서 재발견된 것은 이준호의 목소리다. 매회 상웅의 심경을 담아내는 내레이션에서 이준호의 중저음이 인물의 심정과 고민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밖에도 민숙 역의 김혜준은 '킹덤' 시리즈의 그 악독한 중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배우 김병철과 김향기 등 동료 초능력자들은 존재감 만큼이나 연기로도 든든하게 상웅과 함께 한다. 현실 속 공간들을 배경으로 한 대규모 액션신도 어색하지 않다. 마냥 호방하고 호쾌하기만 한 히어로물과는 다르다. 가난과 싸우는 상웅의 현실이 일면 갑갑해 보일 때 쯤 터지는 '사이다' 구성과 공감을 자극하는 현실적인 히어로들의 매력이 감동을 선사한다.
총 8부작, 15세 이상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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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