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이 전한 故 이순재 마지막 당부, 유독 먹먹한 이유

[OSEN=김수형 기자]'배우 박근형이 SBS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고(故) 이순재의 마지막 당부를 전하며 깊은 울림을 안겼다.

28일 방송된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는 ‘꽃보다 할배’의 영원한 막내이자 로맨티스트 박근형이 스페셜 MC로 출연했다. 이날 박근형은 지난해 11월 별세한 이순재를 떠올리며 “수십 년 동안 동고동락하다시피 한 사이라 가슴이 너무 아프다. 모든 후배들이 선배님이 해주신 것들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근형은 특히 신구, 이순재와 함께했던 끈끈한 우정을 회상했다. 그는 “이순재 선배님은 남을 배려하는 성품이었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참 즐기셨다”며 “그분 다음이 신구 선생님, 그다음이 나다. 우리 셋이 연극 이야기로 자주 모였다”고 전해 ‘꽃할배’로 불렸던 거장들의 깊은 인연을 짐작게 했다.

무엇보다 박근형을 가장 아프게 한 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그는 “병원에 가신 뒤 끝내 뵙지 못하고 떠나보낸 게 너무 힘들다”며 쓸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고인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을 담담히 떠올렸다.

당시 연극 무대에 서고 있던 박근형을 찾아온 이순재는 후배에게 애정 어린 조언과 함께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고 한다. 박근형은 “공연장을 찾아오셔서 ‘앞으로 연극계는 네가 맡아야 해. 열심히 좀 해줘’라고 하셨다”며 “마치 유언처럼 들려 마음에 깊이 남았다”고 밝혀 스튜디오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를 들은 ‘母벤져스’ 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이순재의 마지막을 향한 집념은 앞서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추모 특집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큐는 지난 5월 25일, 병상에 누워 있던 이순재를 소속사 대표 이승희가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이 대표가 “누워 계시면 하고 싶은 거 없으세요?”라고 묻자, 이순재는 망설임 없이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다”고 답했다. “몸 회복하고 천천히 준비하자”는 말에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끝내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순재는 지난해 11월 25일,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드라마 ‘개소리’였다. 모처럼 주연을 맡아 의욕이 가득했던 그는 노쇠한 몸으로 서울과 거제도를 오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힘든 내색 없이 촬영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다큐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이승희 대표는 “왼쪽과 오른쪽 눈이 예전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오히려 더 연기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대본을 큰 소리로 읽어달라고 해서 들은 뒤 모두 외우겠다고 하셨다. 그게 가장 가슴 아팠다”고 회상해 먹먹함을 더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대본을 붙들고, 병상에서도 작품을 꿈꾸며, 마지막까지 후배에게 연극계를 부탁했던 이순재. 박근형이 전한 ‘열심히 해달라’는 마지막 당부는 연기가 곧 삶이었던 ‘진짜 배우’의 유언처럼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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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우새, 특집다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