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강태오. 사진 제공=맨오브크리에이션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섭섭한데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강태오가 남긴 한마디는 이제 강태오의 필모그래피를 설명하는 문장이 됐다. 강태오가 빠진 로코는 어쩐지 허전하고, "섭섭한데요?"가 되기 때문. 그리고 이제는 그 말이 사극에서도 통한다. 강태오가 MBC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이하 '이강달')를 통해 로코 장인의 온도를 사극으로까지 흘려 보냈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강태오. 사진 제공=맨오브크리에이션

지난 20일 종영한 '이강달'은 웃음을 잃은 세자와 기억을 잃은 보부상의 영혼 체인지를 통해, 서로의 자리에서 사랑과 성장을 배워가는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강태오는 구중궁궐 안에서 위엄을 지켜야 하는 세자 이강을 맡아, 초반 '망나니'의 온도에서 후반 모든 것을 걸고 움직이는 남자의 온도로 서서히 이동했다. 웃음을 잃은 왕세자 이강으로 절절한 사랑과 치열한 복수가 교차하는 서사를 밀도 있게 쌓아 올리며, 끝내 해피 엔딩까지 완주한 것.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강태오. 사진 제공=맨오브크리에이션

"2025년을 '이강달'로 아주 하얗게 불태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함께한 작품이라 아쉽고 섭섭한 마음도 있다. 긴 프로젝트가 끝난 만큼 감사한 마음도 크다.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과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9년 '조선로코 녹두전' 이후 오랜만의 사극 도전은 강태오에게도 부담이었다.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주는 무게가 있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걱정도 됐다. 과거 '녹두전' 클립을 다시 보며 마음가짐을 다잡기도 했다. 같은 연기를 하려던 건 아니지만, 그때의 태도를 떠올리며 임했다."

'이강달' 로맨스는 왕세자 이강과 연월이의 기억을 잃은 자유분방한 보부상 박달이(김세정)의 극과 극 조합에서 힘을 얻었다. 강태오는 김세정과의 호흡에 대해 "첫 만남부터 밝은 에너지를 느꼈다"며 "영혼 체인지 설정상 집에서도 카톡 녹음으로 장면을 주고받을 만큼 소통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사투리를 쓰는 달이를 연기하기 위해 "세정 씨의 화법과 리듬을 녹음해 노래하듯 따라 했다"며 "눈빛, 감정 표현, 디테일까지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녹여냈다"고 말했다.

김세정과 함께 '2025 MBC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서는 "결과를 떠나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고 했다.

엔딩 신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강태오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엔딩이 계속 맛있었다"며 "'가자, 국밥 먹으러'라는 대사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웃었다. 특히 화제를 모은 3화 엔딩 '말타기' 장면의 비하인드도 공개, 웃음을 샀다. 실제 말이 아닌 사람에게 업혀 촬영된 장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는 '강태오 명연기'라는 말이 붙었다. 강태오는 "갯벌에 렉카가 빠지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생각할 틈 없이 몰입할 수밖에 없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예상 밖의 반응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오히려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비하인드에 대해서는 "눈물 연기를 위해 눈을 붉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눈을 안 감고 버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자평에는 여전히 박했다. 강태오는 "아쉬운 장면이 많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 보완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이강달' 속 사극 로맨스에도 강태오의 연기 열정은 그대로 이어졌다. 왕세자 이강의 사랑은 가볍게 설레는 감정이 아니라, 억눌러온 상처와 책임, 복수심 위에 차곡차곡 쌓여간 감정이었다. 강태오는 "강이가 연월이를 대할 때와 달이를 대할 때의 포인트를 다르게 주고 싶었다"며 "달이 앞에서는 조금 더 거칠고 남자다운 감정을, 연월이 앞에서는 아이처럼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로코에서 다져온 감정 조율이 사극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작동한 셈이다.

이처럼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실제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강태오는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사실 과분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로 로코 장인이라고 의식해 연기한 적은 없고, 맡은 역할을 최대한 잘 보여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가 반복해서 강조한 건 '한 이미지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태도였다. "잘생기고 못생긴 걸 떠나서, 강태오가 반삭을 하면 또 다른 캐릭터가 될 수 있고, 장발을 기르면 전혀 다른 얼굴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로맨스가 있고, 10년 뒤에 어울리는 로맨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때의 강태오가 보여줄 감정과 온도도 분명 다를 것이다."

로맨스에 대한 자신감은 새로운 장르에 대한 욕심으로도 이어진다. "이번에 칼을 잡아보니 기분이 좋더라. 보람차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액션도 해보고 싶고, 스릴러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 또 '국가대표' 속 역할처럼, 축구선수나 야구선수를 연기하려면 배워야 할 게 많다. 새롭게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도 있다."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지 어느덧 12년. 이제 강태오는 후배가 아닌, 작품의 중심에서 현장을 이끄는 배우가 됐다. "연기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 일을 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현장 분위기를 읽고, 배우들과 스태프를 함께 이끌어야 케미도 살아난다."

이처럼 올해 '이강달'을 흘려 보낸 강태오는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오지 않는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역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섭섭한데요?"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