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10년 무명을 청산하고 ‘대상’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예능 퀸’ 박나래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명백한, 완벽한 리스크 관리의 실패로 첫 단추부터 잘못 넣으면서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박나래에게 2025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해가 됐다. 전 매니저 갑질 논란부터 불법 의료 행위 의혹 등 박나래는 데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며 사실상 연예계 퇴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대중이 더욱 실망한 지점은 사건 그 자체보다, 위기를 대하는 박나래의 태도와 대처 방식에 있다.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볼 때 박나래의 대응은 실패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모든 단계에서 악수를 뒀다.
▲ '진정성' 대신 택한 '돈'과 '감정 호소', 골든타임을 놓치다
모든 위기관리의 핵심은 ‘초기 대응’으로, 전 매니저들의 폭로로 갑질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박나래 측은 즉각적인 사실 확인과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감정적인 대응을 앞세웠다. 가장 치명적인 실책은 박나래의 모친이 전 매니저들에게 일방적으로 1천만 원을 송금한 사건이다. 이는 사태를 수습하려는 제스처가 아니라, 돈으로 입을 막으려 한다는 ‘매수 의혹’으로 번지며 공분을 샀다. 문제의 본질인 ‘노동 착취’와 ‘인격 모독’에 대한 성찰 없이 금전적 해결을 시도한 이 ‘첫 단추’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 때라도 당사자를 직접 만나 고개를 숙였다면 여론의 향방은 달랐을지 모른다.
▲ “몰랐다”는 변명의 덫…‘주사 이모’와 대리 처방
갑질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터진 일명 ‘주사 이모’ 사건과 대리 처방 의혹에서의 대응 역시 아마추어적이었다. 자택에서 비의료인에게 불법 의료 행위를 시술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박나래 측은 “불법인 줄 몰랐다”, “의료 면허가 있는 줄 알았다”며 무지를 앞세운 회피 전략을 폈다. 하지만 곧이어 전 매니저 명의로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 처방받도록 강요했다는 정황과 “약 한번 준 이상 너희도 (공범에서) 못 벗어난다”는 협박성 발언이 공개되자, 해명은 순식간에 거짓말이 됐다. ‘몰랐다’는 변명은 대중에게 ‘뻔뻔함’으로 받아들여졌고,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도리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 ‘가짜 화해’ 쇼, 대중 기만으로 이어진 최악의 수
리스크 관리의 마침표가 되어야 할 ‘사과문’조차 독이었다. 박나래는 SNS를 통해 전 매니저들과 오해를 풀었다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는 입장문을 냈지만, 이는 곧바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피해자 측은 “합의한 적 없다”며 반발했고, 박나래의 일방적인 ‘화해 호소’는 대중을 기만하는 ‘언론 플레이’로 비쳤다. 진정한 사과는 피해자가 받아들였을 때 완성되지만, 박나래는 여론 무마용 ‘보여주기식 사과’에 급급했고, 이는 결국 방송 하차와 활동 중단 그리고 촬영 중인 프로그램의 제작 무산이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 사실상 마지막 기회…영상 입장문마저 '자충수'
지난 16일 공개한 마지막 입장문 영상에서는 사과와 해명 없는 ‘법대로 하자’는 뉘앙스가 강했다. 비장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카메라 앞에 선 박나래는 “현재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차분히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개 발언이나 설명은 하지 않겠다. 이 사안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분 24초의 마지막 입장문 영상은 박나래 입장에서는 초강수였겠지만 대중에게는 자충수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현실이 된 셈으로, 2025년 박나래의 위기관리는 '무대응-거짓 해명-책임 전가'라는 최악의 패턴을 반복했다. 여기에 1인 기획사(앤파크)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조차 하지 않은 무허가 상태였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준법정신 부재’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지금 박나래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변호인단이나 감성적인 호소문이 아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법적·도덕적 책임을 온전히 지겠다는 뼈를 깎는 반성으로, 닫혀버린 대중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리스크 관리의 연이은 실패로 인해 박나래는 대중과는 너무 멀어졌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