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마약 청정지대 한반도에서 벌어진 첫 마약과의 전쟁이 이랬을까. "아버지의 마음으로", 신변 변화를 겪은 두 배우 정우성과 현빈이 선택한 첫 번째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가 1970년대 한복판으로 시청자의 눈을 돌린다. 

디즈니+ 신규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극본 박은교 박준석, 연출 우민호)는 부와 권력에 대한 야망을 지닌 남자 백기태(현빈)와 그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검사 장건영(정우성)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1970년대, 혼란과 도약이 공존했던 대한민국을 배경삼아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사내와 그를 무서운 집념으로 벼랑 끝까지 추적하는 검사가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사건들과 직면하는 과정을 자세하고 밀도 높게 그려낸다. 

당초 '메이드 인 코리아'는 우민호 감독이 지난 2018년 선보인 영화 '마약왕'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전 공개된 1, 2회를 통해 본 '메이드 인 코리아'는 '마약왕'과 사뭇 다르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1970년대 한국에서 제조한 마약을 일본에 팔아 천문학적인 부와 권력을 거머쥐려는 남자와 그를 좇는 검사의 이야기라는 점 정도. 굵직한 뼈대를 토대로 우민호 감독은 단일회차 롱폼인 영화보다 다회차 시리즈에서 보다 디테일한 시대상과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성격 등을 짜임새 있게 풀어낸다. 시즌1 공개도 전에 시즌2 제작이 확정된 데다, 약 7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자된 것으로 알려진 것을 보면 디즈니+ 또한 그 방대한 시대상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일이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공감한 모양새다. 

이러한 시즌제 시리즈의 안착을 위해 '메이드 인 코리아'는 1회부터 세부적인 디테일 전달에 공을 들인다. 독재 권력이 형형하던 한국의 1970년대, 독재자의 친위대였던 중앙정보부. 그 안에서도 백기태는 권력의 핵심을 향해 언제나 예민한 안테나를 뻗어둔 야망 넘치는 남자다. 일본 오사카에서 남루한 한인촌을 전전하던 재일교포였던 그는 부모를 잃고 어린 동생들을 고국으로 데려왔다. 월남전에서 불명예 제대하며 하늘을 찌른다는 '중정'에 자리잡기까지, 그는 일본에선 '조센징', 한국에선 '쪽발이'로 불리던 과거를 잊지 않고 성공을 위해 달렸다. 무고한 대학생도 '빨갱이'로 만들던 남산의 중정에서 백기태는 합리보다는 불합리, 도덕보다는 비도덕을 먼저 체득했다. 그런 그에게 아무리 나랏일하는 공무원이라도 마약범죄를 단지 돈벌이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험난한 시대에서도 정도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은 있는 법이다. 백기태의 정반대에 검사 장건영이 있다. 필로폰이 왜 한국엔 '히로뽕'으로 먼저 알려졌을까. 과거 뉴욕타임스는 한국에 처음 마약 필로폰이 들어온 시기는 20세기 초반 일제강점기라고 보도했다. 일제가 강제징용자들에게 마약을 주입해 살인적인 전시 노동에 동원했던 것.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았으나 동시에 마약중동자로 전락한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고국을 밟았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그 중독자가 된 피해자의 아들로 장건영을 탄생시켰다. 원망할 수도, 동정할 수도 없는 부친 슬하에서 장건영은 오직 '마약 수사'에만 열을 올리는 검사가 됐다. 무장공비도 때려잡은 무공훈장을 받은 해병대 출신의 장건영 검사에게 마약사범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저 잡아야 할 범죄자일 뿐, 상대가 '중정 과장' 백기태라고 해도 다름 없다. 

분명히 1970년대의 이야기이건만, 드라마는 현재에도 통용되는 듯 하다. 애석하게도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마약과의 전쟁을 새롭게 치르고 있는 데다 비상계엄마저 불과 1년 전이니. 마냥 역사책 한 페이지로 치부하기 어려운 현실에 '메이드 인 코리아'는 한 가지를 더한다. 연출적 디테일과 촘촘하게 쌓아올린 캐릭터들의 설정으로 시대상을. 백기태와 같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야쿠자의 수양딸이 된 이케다 유지(원지안)라거나, 백기태를 수족 부리듯 하며 합법을 무기로 범법을 저지르는 황국평(박용우), 그에 기생하는 강대일(강길우), 반대로 여자는 검사가 될 수 없던 시대 수사관으로나마 정의로운 꿈을 실현하는 오예진(서은수)과 같은 조연들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다만, 그렇기에 초반의 구성은 다소 인물들의 설명에 할애된다. 특히 1회의 요도호 납북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은 동일 소재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최근 공개됐던 넷플릭스 영화 '굿 뉴스'를 연상케 한다. 단,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해당 사건은 해외와의 접촉이 차단됐던 시기적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 주인공이 일본을 상대로 한 마약 범죄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를 연상케 하는 도구 정도로 활용되기 때문. 연초를 물지 않고는 말할 수 없던 걸까 싶을 정도로 애연가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설정은 다소 진부하기도. 이 밖에도 독재, 중앙정보부, 검사를 위시한 사법권력과 음지의 마약범죄자들 이야기는 일면 으레 봐온 누아르 장르의 기시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1980년대에서 10년 더 들어간 시대가 지금은 단절된 어떤 연결고리를 연상케 한다. 현빈과 정우성을 위시한 출연자들은 물론 우민호 감독조차 어렸거나 태어나기도 전이며 현재의 2049 시청자들은 몰랐거나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아버지, 어머니 세대를. 유독 엄격하고 때로는 냉정했던 부모 세대의 생존방식은 어디서 비롯?磯째?. 동시에 먹고 사는 게 야만이었을 사람들과 그 틈에서도 정의를 지켜온 사람들의 행적은 이렇게나 달랐노라고 보여주는 듯 하다. 공교롭게도 정우성과 현빈 모두 아버지가 된 뒤 선택한 첫 드라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선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삼식이 삼촌', '파인:촌뜨기들'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 현대사 초창기를 조명하는 디즈니+의 도전작 '메이드 인 코리아'다. 

24일 1, 2회 동시 공개, 총 6부작.

/ monamie@osen.co.kr

[사진] 디즈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