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연애대전’(최수영 극본, 김정권 연출)은 재미있는 로맨틱코미디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남자의 마초근성을 질색하는 여자변호사 여미란(김옥빈 분)과 여자를 믿지 못해 꺼려하는 남자 톱배우 남강호(유태오)가 티격태격, 옥신각신 끝에 서로의 편견을 허물고 사랑을 맺는다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스토리다. 오랜 시간 폭넓게 사람들이 소비해온 익숙한 이야기. 즉 안정성은 보장되지만 식상하단 의미다.

이처럼 뻔한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흔히들 차용하는 것이 기대치를 뒤집어 엎는 ‘전복적 캐릭터’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던 캔디도 처음 등장했을 땐 ‘청순가련’을 떨쳐버린 전복적 캐릭터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캔디형 캐릭터 역시 이후 무수한 ‘캔디류’를 만들어 내면서 이제는 하나의 전형으로 굳어져 버렸다.

‘연애대전’이 선택한 여주인공 여미란은 ‘수비적 캔디류’를 탈피한 또 다른 공격적 캐릭터다.

어린 시절 여미란의 화두는 ‘나쁜 놈들을 왜 피해야 하지?’ 였다. 그리고 스스로 ‘내가 여자라서, 힘이 없어서 피한다는 건 부조리하니 차라리 힘을 키워 혼내주자’는 결론을 내리고 온갖 무술을 섭렵하고 독학으로 길거리 싸움법을 터득했다. 변호사가 된 현재도 법보다 주먹 쓰길 좋아한다.

또한 열 여자 마다 않는 남자 없듯 여미란도 열 남자 마다 않는다. 여미란에게 차이고 버림받은 남자들 숫자만 100여 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여자를 울린, 여자를 이용한 남자들이다.

그런 여미란이 우여곡절 끝에 백수가 됐고, 생활고에 떠밀려 연예인 대상 전문 로펌인 길무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학과 풍자의 코미디답게 과장은 필수불가결 요건. 여미란은 입사 면접장에서, 의뢰주인 연예인들을 모신 접대자리서 오로지 눈앞에 닥친 월세만을 생각하며 사정없이 망가진다.

로펌 변호사들이 고객인 연예인들을 모셔놓고 재롱잔치 같은 난장공연을 펼친다는 설정은 웃프지만 자본주의 현실상 개연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공감을 끌어낸다. 여미란 역 김옥빈은 이 현장 현장마다에서 보는 이의 살의를 불러 일으키는 주접댄스를 선보였다.

이런 ‘여미란’은 배우 김옥빈 개인에게도 전복적 캐릭터다. 김옥빈은 2005년 데뷔 이후 장르물에 특화된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다. 장르물이란, 특정 장르적 속성을 부각, 핵심 서사를 그 속성에 맞추는 호러, SF, 스릴러, 추리, 첩보물 등을 말한다.

‘여고괴담4-목소리’의 귀신, ‘박쥐’의 뱀파이어, ‘고지전’의 저격수, ‘열한시’의 시간여행 과학자, ‘유나의 거리’의 소매치기, ‘악녀’의 킬러 등 장르적 캐릭터들이 김옥빈이 그간 선호해 온 배역들이었다.

김옥빈에게 로맨틱코미디는 ‘연애대전’이 처음이다. 드라마는 이처럼 김옥빈이란 배우가 지닌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킴으로써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액션영화 촬영을 스토리의 주요 축으로 삼은 것도 ‘김옥빈의 여미란’을 돋보이는 맞춤 서사로 기능했다. 알려지기로 김옥빈은 달리기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태권도 2단, 합기도 3단에 무에타이, 복싱까지 배워 액션 여배우로선 국내 탑급이다. 영화 ‘악녀’에서는 액션 씬의 95%를 직접 소화했다고도 한다.

즉 제작진은 김옥빈이란 배우의 이미지는 전복시켜 궁금증을 키우고 배우의 특장점은 고스란히 살려 반영한 셈이다.

남자주인공 남강호역 유태오도 신선했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 어눌한 발음으로 사전정보가 없는 시청자라면 드라마 초반 주인공을 도원준(김지훈 분)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볼 만했다.

그 어눌함이 시청자들의 귀에 충분히 익어가도록 까지 도원준은 같은 비중으로 등장하면서 혼란을 조장했고 여미란과의 로맨스도 역시 유보했다. 그리고 그 어눌한 말투가 귀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나서는 남주 캐릭터 남강호의 순수성이 그 말투로 인해 더욱 부각되는 효과를 보았다. 역시 제작진의 의도라면 영리한 선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유태오는 독일 쾰른에서 태어나고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으며 학창시절 농구선수가 꿈이었지만 양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꿈을 접었다고 한다.

한국 작품에서는 ‘머니게임’의 유진 한, ‘배가본드’의 제롬, ‘보건교사 안은영’의 매켄지, ‘블랙머니’의 스티브 정, ‘서울 캠프 1986’의 클라우스 김 등 한국계 외국인 역할을 주로 맡았다.

‘연애대전’은 이처럼 김옥빈·유태오 등의 성공적인 캐스팅과 젠더갈등이란 시의성 있는 주제, 호들갑스럽지 않은 코믹한 구성 등을 호재로 공개 4일만인 지난 14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2위에 오르는 실적을 선보였다.

개인적으로도 10화 연속보기를 관철시킨 잘된 로맨틱코미디 ‘연애대전’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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