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데이즈 2차 티저(최종)

‘연애 예능’의 진화인가, 막장인가.

지난달 18일 첫 회가 공개된 카카오TV 예능 '체인지 데이즈'는 다른 커플의 이성과 데이트를 하는 '체인지 데이트' 설정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관심은 이내 시청으로 연결됐다.

'체인지 데이즈' 첫 회는 공개 6시간 만에 조회수 120만 회를 돌파했으며, 지난 3일 기준 조회 수는 340만 회를 넘어섰다.

그만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대중의 반응은 크게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이다'와 '신선하고 문제될 것 없다'로 양분됐다.

여러 이성이 한 공간에서 지내며 데이트를 하고 연인으로 연결되거나 결렬되는 모습을 그린 '연애 예능'의 시초는 2000년대 초반 인기리에 방송된 '짝'이다. 이후 2017년 '하트 시그널'이 출연진의 뛰어난 외모와 스펙으로 큰 화제를 낳으며 연애 예능의 부활을 알렸다. 이어 연예인을 출연자로 내세운 프로그램('연애의 맛', 2018)이 등장했고, 실제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부러우면 지는거다', 2020)도 전파를 탔다.

올해에는 더 파격적인 설정의 두 예능이 시청자를 찾는다.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체인지 데이즈'에 더해 OTT 티빙에서 25일부터 방송되는 '환승연애'가 그 주인공이다. '환승연애'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별한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제목부터 선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체인지 데이즈'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 선정적이다…기획의도 설득력 없어 제작진에 따르면 '체인지 데이즈'는 설렘을 잃은 2030 커플들이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커플 리셋 프로젝트'다. 제작진은 세 쌍의 커플들은 일주일 간의 여행을 통해 각자가 원하는 행복한 연애의 형태를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시각의 누리꾼들은 주로 프로그램의 '선정성'을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아무리 이별을 고민 중인 커플이라 해도 NTR 권장 방송이라니", "정상적인 커플이 저기에 나갈까?", "이게 윤리적으로 맞나", "스와핑(배우자를 바꿔 성관계를 맺는 것) 권장 예능은 또 처음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NTR은 일본어 '네토라레'의 줄임말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일부가 향유하는 문화 장르로 알려진 NTR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 혹은 자신의 연인이 눈 앞에서 다른 사람과 성적 관계를 맺는 상황을 보는 것 등을 의미하는 은어다. '스와핑'과 비슷한 의미로도 쓰인다.

유모(30)씨는 "단순 조언을 넘어 '스와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갈등 상황이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내 남자나 여자가 다른 사람이랑 희희낙락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 연인의 소중함을 알았어요'라고 바라는 것인가"라며 기획의도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체인지 데이즈'는 단순히 다른 연인의 이성과의 데이트를 통해 현재 연인과의 소중함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출연진은 여행 마지막 날 현재의 연인과 연애를 이어갈지 혹은 또 다른 인연과 새로운 시작을 맞을지 최종 결정하게 된다.

― 신선하고 재밌다…윤리적으로 문제 없어 '체인지 데이즈'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선정성 면에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출연한 세 커플 모두 각자의 문제로 이별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연인과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할 목적으로 합의 하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이유에서다. 설사 다른 이성과 시간을 보내며 생각이 바뀌어 이별로 이어진다 할지라도 결혼한 부부가 아닌 만큼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도 했다.

또한 성적인 언행이나 행위가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연애 예능 '블라인드 러브(Love is blind)'의 경우 국내의 여느 예능보다 높은 수위를 자랑했다. 출연자들은 잠자리에 대한 얘기도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체인지 데이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얼굴도 보지 않고 약혼을 맺은 뒤 결혼할지 파혼할지 결정하는 '블라인드 러브'의 설정에 비하면 '체인지 데이즈'는 크게 자극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재석 PD는 자체 심의를 비롯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을 법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을 모셔셔 '나도 그랫었지, 내 친구가 저런 상황이지'라는 포인트들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체인지 데이즈'는 다른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 출연진이 행복한 모습을 비추는 것과 달리 커플의 이별 등을 포함해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만큼 과한 연출이나 대본 없이 더 현실적인 모습을 비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윤모(29)씨는 "재밌게 보고 있다. 넷플릭스 외국 예능만 해도 더 자극적인 수위는 많다. 선정적인 장면이 있는 건 아니라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고 했다. ― 전문가들, 주로 부정적 반응 내비쳐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다.

정덕현 평론가는 "자극적인 포인트들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며 "'체인지 데이트'의 이유나 명분이 뭔지 모르겠다. 공감대가 없다면 자극을 위한 자극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내용을 떠나) 막장 드라마처럼 마케팅을 하는 게 문제일 수 있다. 찬반 싸움을 붙여 관심을 끌고 돈을 벌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니까 많이 볼 것이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그런 식(체인지 데이트)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면…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 방법도 있을 거다. 문제를 자극적인 소재로 꼭 해결해야 하나 싶다. 제작 의도가 문제 해결이라고 한다면, 자극적인 걸로(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겠나"라고 '체인지 데이트'라는 설정의 타당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최 교수는 "윤리적,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부부도 아니고 사귀는 사람들이고 합의 하에 나온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은 카카오 같은 웹 예능을 공중파보다 더 많이 본다. (그만큼 웹 예능도) 공공성이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떠오른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결혼한 부부는 아닌 만큼 젊은이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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