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균

달러는 미국의 글로벌 운영 체제다. 수에즈·호르무즈·말라카 해협에 이상이 생기면 항모를 급파하듯, 미국은 달러 접근권을 통제해 상대국 행동을 전략적으로 제어한다.

그러나 군사 옵션처럼 달러 무기화에도 비용이 따른다. 제재를 당했거나 당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은 달러 우회로를 찾고, 금·위안화·비트코인 같은 대안을 모색한다. 달러를 무기로 쓸수록, 역설적으로 달러의 지배력은 줄어든다. 미국 시러큐스대 대니얼 맥도웰 교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를 경험한 나라들의 CIPS(중국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 참여 확률은 64%로, 비(非)제재국(24%)의 거의 세 배에 달한다.

2023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는 이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의 위안화 결제를 추진하고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면서 달러 종말론이 고개를 들던 시기였다. 2025년 입법된 ‘지니어스법’은 이 청문회의 산물이다.

전략의 핵심은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를 줄여도 중국 개개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 국채를 간접 보유하게 만드는 것.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은 100% 미국 국채와 현금으로 구성되므로,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수록 미 국채 수요는 창출된다. 국가와 중앙은행 단위에서 달러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그 나라 국민들의 수요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제도화도 비슷한 차원의 전략이다. 비트코인은 속성상 금융을 지하화하면서 달러 체제를 잠식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전략가들은 역발상에 능하다. 비트코인이 달러를 잠식할 자산이라면, 제도화를 통해 그 속도와 깊이를 미국이 통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24년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블랙록·피델리티 등 미국 금융 기업으로 10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집중됐다. 비트코인은 주소에서 주소로 이동하며 흔적을 남긴다. 주요 주소를 미국 금융 기관이 확보할수록 비트코인 자금 흐름의 상당 부분이 미국의 감시망 안으로 들어온다. 달러를 무기화할 때 사용했던 방법(제재 대상 주소 동결)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적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더 나아가 하드포크(블록체인이 규칙 변경으로 두 갈래로 쪼개지는 것)를 통해 문제 있는 초기 코인을 무력화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마약 거래에 사용됐거나, 사토시 나카모토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110만개 등을 말한다. ‘불법 자금 차단’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 정부와 미 금융사들이 지원하는 포크 체인이 압도적으로 채택된다면, 포크된 장부의 비트코인 중 상당량이 미국의 자산으로 편입될 것이다. 금이나 외국 통화로는 확보할 수 없는 막대한 자금원이다. 갈수록 소진되고 있는 달러의 힘을 디지털 세계에서 창의적으로 보완하려는 전략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