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면 공짜로 비닐에 담아 주던 동네 서점이 얼마 전부터 비닐 값 50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학원 셔틀버스 비용은 4만원에서 5만원으로 곧 오른다고 합니다. 생활 곳곳 물가가 빠짐없이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벌이가 같다면 쓸 돈을 줄일 테고, 모두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경기는 가라앉게 됩니다. 가장 악성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서구 사회에선 인플레이션을 ‘용(龍)’에 비유하곤 했다죠.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파괴적인 괴물, 죽일래야 죽일 수 없는 공포의 대상과 같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각국 정부가 푼 막대한 돈이 잠자던 용을 소환한 탓에, 중앙은행들은 다급히 정책금리를 올려 용을 때려잡겠다고 분투했습니다. 고통스러운 고금리 시절도 이제 끝이 보이나 싶던 찰나, 이란 전쟁이 다시 용의 수염을 잡아당기기 시작했습니다.
포성은 잠시 멈췄는지 몰라도, 에너지 충격발 물가 급등은 이제 시작입니다. 여기에, 곳간에 돈 놔두면 썩기라도 하듯 돈 풀기 경쟁에 빠진 정치권은 전쟁보다 더한 위험일지 모릅니다. 한쪽에선 물가를 잡기 위한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는데, 한쪽에선 돈을 풀며 액셀을 밟는 형국. 계속 이러다간 엔진이 과열되고 변속기는 고장 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