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간의 대화가 줄고 있다. 코로나가 불을 지폈고, 인공지능(AI)이 부채질 중이다. 한 글로벌 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은 생성형 AI를 쓰기 시작한 뒤 동료와의 대화가 줄었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은 사람보다 챗봇을 선호한다고까지 했다. 빠른 답을 얻는 것과 좋은 답을 얻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우리는 지금 전자에만 익숙해지고 있다.
투자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직접 만나 나눈 대화가 얼마나 값진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런던비즈니스스쿨(LBS)의 줄리언 프랭크스 재무금융학 교수와 공동 연구진이 작년 10월 저널오브파이낸스에 게재한 논문이다. 영국의 한 대형 자산운용사가 그들이 투자하는 기업 경영진과 가진 약 4700건의 비공개 미팅 기록을 오픈AI의 언어 모델로 분석했다.
미팅에서 오간 정보의 3분의 2는 ‘소프트 정보’였다. 재무 수치 같은 딱딱한 데이터가 아니라, 가령 “경영진이 자신감이 넘쳤는데 오만함에 가까웠다”거나 “사업 전망을 늘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어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식의 정성적 판단이다. 그리고 이 ‘감’에 기반한 포트폴리오는 월 1.8%포인트 초과 수익을 냈다. 숫자 너머의 느낌이 실제로 돈이 된 셈이다. 내부자 정보가 오간 것도 아니었다. 운용사의 우위는 대화에서 읽어낸 맥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소프트 정보의 가치를 아는 경영자들은 오히려 직접 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유튜브의 여러 팟캐스트에 나와 몇 시간이고 회사의 비전을 이야기한다. 물론 숫자도 말한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지, 어떤 기술을 설명할 때 에너지가 달라지는지를 보면, 공시만으로는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트렌드가 되어 요즘은 주요 기업의 수장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기업에 투자하기 전에 CEO의 인터뷰 영상을 반드시 찾아본다. 숫자 이면의 소리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반면 AI를 통해 얻는 정보는 아무래도 밋밋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에게 듣는 느낌이다. 예상 밖의 영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촉이 좋은 리더가 되려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주말이면 본인의 비즈니스 밖의 예술가나 PD를 만나러 다녔다고 한다. 당장 도움은 되지 않는, 효율과는 거리가 먼 만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세계 제일의 반도체 기업을 이끈 것을 보면, 효과는 분명히 있었던 만남들이 아니었을까.
기업을 이끄는 것도, 사람을 뽑는 것도, 누군가에게 큰 동기부여를 주는 것도 아직은 사람의 몫이다. MZ세대에서 아날로그가 다시 유행이라고 한다. 손편지를 쓰고, 오프라인의 일상에 더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일까. 효율을 좇다 효과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