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시장 변동성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 한국 자본시장은 구조적으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신규 투자자로서 볼 때 좋은 기회가 열리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사프켓센티넬의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파미 콰디르는 지난달 24일 WEEKLY BIZ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콰디르 CIO는 월가에서 손꼽히는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로 ‘암살자(The Assassin)’라는 별칭까지 따라붙는 인물이다. 과거 약가 폭리 논란에 휩싸였던 캐나다 최대 제약사 발리언트를 상대로 공매도해 주가를 90% 이상 끌어내린 바 있다. 이 일화는 2018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검은 돈’에도 소개됐다.
지난 10년간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종목을 공매도하는 ‘숏(short)’ 전략에 매진해 온 그가, 처음으로 오를 종목을 매수하는 ‘롱(long)’ 전략을 펼칠 무대로 한국을 지목했다. 사프켓센티넬은 한국에서 초기 운용자산(AUM) 3억달러(약 4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평가 종목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도 여럿 준비 중이다. WEEKLY BIZ는 콰디르 CIO가 바라보는 한국 시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韓 증시,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
-왜 지금 한국 증시에 관심을 가지나.
“코스피는 최근 단기 랠리를 보여줬다. 증시가 급격히 오르면 당연히 조정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변동성이 있어야 투자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한국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견실하다. 특히 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이런 장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한국 증시 전망은.
“현재 코스피는 (이란 전쟁 등) 거시적인 요인들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특히 향후 자본시장 개선 정책에 따라 기업들의 체질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나는 (외국인 투자자로서) 한국 시장에 꽤 빨리 진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정책이나 움직임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까지 확대되고, 주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목소리를 내며 주가 상승을 견인하려는 문화적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가 꾸준히 확대되는 흐름도 의미 있는 변화다. 특히 정부가 밸류업을 위해 제시한 정책 로드맵을 축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물론 기업 지배구조, 상속세 등 여전히 논란은 남아 있지만, 한국 기업들도 주식시장을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곧 사라질 것”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에 대한 의견은.
“시장 건전성 개선과 통화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한국 사회·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고려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라질 것으로 본다. 다만 지배 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부실한 기업은 주가가 하락하는 디스카운트를 받을 것이다.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개별 종목 디스카운트’로 바뀌는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이뤄지면서 주가 부양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점차 나타날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
“사실 이스라엘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각한 곳도 없다. 그런데 이스라엘 증시는 꽤 잘 성장하고 있다. 투자에서 중요한 건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다. 눈앞에 보이는 많은 리스크가 있음에도 미래의 성장과 잠재력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한국도 자국 증시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회복되길 바란다.”
-눈여겨보고 있는 섹터나 분야는.
“‘숏’ 투자에서 즐겨 쓴 방식은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중심에 두고 접근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분야의 소비재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 마침 한국 정부도 가계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예고한 만큼, 한국 소비재 비즈니스 투자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