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9일 도쿄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 직결 상업 시설인 뉴우먼 다카나와에 문 연 ‘다카나와 사우나스(SAUNAS)’가 화제다. 3월의 어느 일요일 낮에 찾아갔더니, 남성은 최소 4시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대형 쇼핑몰에 사우나가 들어선 것 자체가 신기했다. 책방에 가도 사우나를 주제로 한 별도 코너가 마련돼 있다. 과거에 ‘온천’을 다룬 책들이 책장을 가득 채웠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사우나’ 책들이 대신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우나 열풍이다.
그 출발점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나카 가쓰키라는 작가가 자신의 사우나 체험을 다룬 에세이 ‘사도(サ道)’를 펴냈는데, 이 책이 히트를 쳤다. 2019년 같은 이름의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일본에서는 사우나 붐이 한층 확산됐다. 이제 일본에서 사우나는 단순한 휴식 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숲속 사우나를 찾아 일과 휴식을 함께 누리려는 사람도 있고, 유명 사우나를 성지 순례하듯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전국의 뛰어난 사우나를 뽑는 ‘사우나 슐랭’(사우나 시설을 미슐랭 가이드처럼 선정·발표)까지 등장했다.
사우나가 유행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도(サ道)라는 표현도 널리 회자된다. 그런데 왜 일본인은 사우나를 단순히 땀을 빼는 장소로 받아들이지 않고, 굳이 ‘도(道)’라는 의미를 덧붙이려 하는가. 사우나는 뜨거운 열기로 몸을 달군 뒤 냉수욕을 하고, 마지막으로 바람을 맞으며 쉬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때 몸은 이완되고 정신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일본인들은 이런 순간을 ‘토토노우(整う)’라고 부른다. 몸과 마음이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사우나를 찾는 것도 단순히 땀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자신에게 몰입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다.
무술과 무도의 차이가 그렇다. 무술은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에 집중하지만, 무도는 수련을 통해 인간을 단련하고 마음가짐을 바로 세우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검도와 유도, 다도와 서도가 모두 그렇다. 기술(術)은 도구이지만, 도(道)는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다. 일본 문화에서 ‘도’는 특정한 기술이 반복된 수련을 거쳐 삶의 태도로 확장될 때 붙는 이름이다. 사우나를 ‘사도’라 부르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일본인은 어떤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그것을 단순한 기능에 머물게 두지 않고, 정신적 의미를 부여해 자신을 다스리는 습관으로 바꾸어간다. 사우나가 ‘사도’가 된 것도 바로 그런 일본적 감각의 연장선에 있다.
도(道)라는 글자를 보면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길을 열다(道をひらく)’가 떠오른다. 1968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은 지금까지 560만 부 이상 팔린 장기 베스트셀러다. 그는 사람마다 저마다 걸어야 할 길이 있고, 그 길은 묵묵히 걸어갈 때 비로소 열린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목은 경영에도 그대로 통한다. 개인도 조직도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해서는 쉽게 지치고 방향도 잃기 쉽다. 속도를 높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 걷는 길이 맞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구성원과 조직의 리듬을 살피고 방향을 잃지 않도록 정돈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사우나 열풍은 어쩌면 그런 자기 경영의 감각을 보여주는지 모른다.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길을 잃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을 정돈해야 한다는 이치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