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영화배우 맷 데이먼은 최근 한 팟캐스트 대담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화 제작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요즘 제작진에게는 “첫 5분 안에 자극적인 장면을 넣어 관객 이탈을 막아라”, “스마트폰을 보며 딴짓하는 관객도 내용을 놓치지 않게 핵심을 여러 번 반복하라”는 요구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극장 관객은 2시간 동안 완전히 영화에 몰입하지만, 거실 관객은 냉장고와 집안일, 스마트폰 알림 사이를 오가며 콘텐츠를 ‘부분 소비’한다.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이들 거실 관객의 단기 주의력을 붙잡는 데 급급해지면서, 영화 제작 환경은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보다 관객 이탈 방지에 최적화된 기형적인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수치 방어에 매몰돼 본질을 잃어가는 현상은 기업의 핵심 성과 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s)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최근 기업들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매출이나 이익률, 주가와 같은 재무 지표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 직원 이직률, 혁신 등 비재무적 지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활용하지 못한 채 헛수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크리스토퍼 이트너교수와 스탠포드 대학의 데이비드 라커 교수는 ‘비재무적 성과 측정의 한계’라는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이 문제를 깊게 다뤘다. 본래 비(非)재무 지표는 재무 성과가 확정되기 전 사업의 진행 상황을 조기에 보여주고, 구성원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하며, 회계 장부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가치(R&D·생산성 등)를 설명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저자들에 따르면 비재무 지표를 사용하는 기업의 약 21%만이 비재무 항목의 개선이 실제 주가 상승이나 현금 흐름 창출로 이어지는지 그 인과관계를 검증하고 있었다. 경영진은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거나 이직률이 낮아지면 이익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이 가정이 완전히 빗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이직률 감소가 직원 만족도로, 다시 고객 서비스 질 향상과 손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고 현금 보너스와 복지 혜택을 늘려 이직률을 낮추려 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검증한 결과는 달랐다.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하위직 직원이 아니라 ‘관리자 직급’의 이직률이었다. 지표 자체는 맞게 설정했으나 대상을 세분화하지 못한 탓에 엉뚱한 곳에 막대한 비용을 낭비할 뻔한 셈이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잘못 설정된 비재무 지표는 오히려 직원들의 꼼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선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경우, 고객만족도라는 비재무 성과 지표를 채우기 위해 불만을 가진 고객은 배제한 채 매장을 방문한 우호적 고객만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하거나, 무료 음식을 제공해 점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이른바 ‘지표 게임’이 벌어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성과평가에서 재무 지표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비재무 지표가, 오히려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경고했다. 조직의 핵심 동인(動因)이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그에 맞춰 투자와 자본 배분, 관리 활동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또한 실행 후에는 반드시 사후 평가를 거쳐 데이터 오류를 잡아내고 측정 모형을 수정해야 한다.

관객 이탈 방지라는 지표에 얽매인 스트리밍 업계의 관행이 영화 산업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듯, 기업의 성과지표 역시 철저한 인과관계 검증 없이 도입되면 수익성은 물론 장기 전략까지 훼손할 수 있다. 전략에서 출발해 데이터를 검증하고 자원 배분까지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설계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성과 관리 지표는 그저 번거로운 체크리스트나 한때의 경영 유행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여상은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