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모터스포츠 축제 포뮬러원(F1)은 창립 75주년을 맞은 지난해 존재감이 유난히 빛났다. 24개 그랑프리 가운데 19개 대회가 전석 매진되면서 시즌 총관중 수가 670만명에 육박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글로벌 F1 팬 규모도 2018년 대비 63% 늘어난 8억2700만명에 달했다. 여기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레이싱 영화 ‘F1: 더 무비’가 돌풍을 일으키며 오스카 시상식 후보에 오르는 등 역대 가장 흥행한 스포츠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F1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관객층을 넓히는 등 훌륭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제 관건은 NFL·NBA·UFC·프리미어리그처럼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팬층 유입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사인 IMG의 애덤 캘리 사장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총매출 39억달러(약 5조8700억원)를 기록하며 최근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온 F1은 이제 미국 시장에서 주류 스포츠로 자리 잡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F1은 지난 8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한 2026 시즌을 앞두고 파격적인 변화를 거듭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글로벌 파트너 늘리고 애플과 손잡아

유럽에서 태동한 F1은 오랫동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주류 스포츠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 넷플릭스의 F1 다큐멘터리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가 미국 Z세대(1997년 이후 출생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신규 팬층이 유입됐다. 여기에 F1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비롯해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글로벌 브랜드와 맺은 파트너십도 존재감을 키웠다. 올해엔 월트 디즈니와 손잡고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이 등장하는 웹툰도 처음 공개했다. F1의 글로벌 파트너는 4년 전 4개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개로 늘었다.

미국 시장에서 갖는 위상이 커지자 최근 F1은 애플과 7억달러 규모의 5년간 독점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는 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애플과 약 2억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하여 지난해 전 세계에서 6억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둔 영화 ‘F1: 더 무비’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기존 미국 내 F1 중계권은 디즈니 산하 스포츠 채널인 ESPN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F1은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과의 협업이 갖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봤다. 애플의 다양한 앱·하드웨어 생태계와 F1 콘텐츠가 결합할 때 만들어질 시너지를 높게 평가한 셈이다. 애플 역시 미국 시장에서 F1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샀다. 특히 경쟁 플랫폼과 비교해 스포츠 생중계 부문에서 자사 콘텐츠의 확장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 F1 중계에 사활을 걸었다.

◇GM 맞이한 F1...머신 경량화도

올 시즌부터는 미 완성차 업체 GM이 후원하는 캐딜락이 새로 합류해 11개 팀 체제로 경쟁한다. F1에 새 팀이 합류한 것은 2016년 하스 이후 10년 만이다. 포브스는 “F1이 (캐딜락 합류로) 향후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 확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올 시즌 미국에서는 세 차례의 F1 그랑프리가 열린다. 이에 더해 최근 시청자와 현장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GM이 F1 무대에 데뷔하기에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F1 소유주 리버티미디어의 그렉 마페이 최고경영자(CEO)는 “캐딜락 같은 굵직한 미국 브랜드의 합류와 향후 GM의 파워유닛 공급 참여는 미국 시장에서 F1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관심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딜락은 당분간 페라리 엔진을 사용하지만 10년 내 풀 워크스 팀(차량·엔진·파워 유닛을 자체 공급하는 팀)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올 시즌 F1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변화는 머신 경량화다. 머신의 무게를 768㎏으로 30㎏이나 줄였다. 머신의 폭과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거리)도 각각 10㎝, 20㎝ 짧아졌다. 차체 경량화와 소형화로 공기 저항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주행 효율과 속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엔진 규정도 바뀌었다. 기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비중이 80 대 20이었다면, 앞으로는 50 대 50으로 조정된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완성차 산업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F1도 단순한 출력 경쟁에서 에너지 효율과 전력 관리 능력을 겨루는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