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ㅇㅇㅇ 님의 손해 주장 불인정’

최근 부당 해고 분쟁 과정에서 한 기업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이런 표현이 담겨 있었습니다.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한 근로자를 가리키는 올바른 표현은 ‘신청인’인데, 상대를 존대하는 어색한 표현을 쓴 것이죠. 알고 보니 AI(인공지능) 기반 컨설팅 업체에 맡겨 작성한 답변서를 그대로 낸 것이었습니다.

해당 답변서엔 표현뿐만 아니라 사실관계 실수도 상당했습니다. 이를테면 피신청인은 지난해 6월에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첨부했는데도 AI는 같은 해 3월 등 과거 대화를 근거로 계약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는 식이었죠. 사건 신청인 측 노무사는 “AI에 작성을 맡긴 것까진 좋은데,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기업은 신청인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고 분쟁을 종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인이 얼핏 보기엔 AI가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 같아 보여도, 그것을 업계 종사자나 전문가가 뜯어보면 오류투성이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개발 업계에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사용자가 큰 그림이나 ‘분위기’만 제시하면 AI가 코드와 기능을 생성해 구현하는 행위)’은 가능해도, ‘바이브 디버깅(vibe debugging·바이브 코딩에서 발생한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입니다. 개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일견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다수는 AI가 잘못된 코드를 재활용했거나 멀쩡한 것이라도 부적절하게 집어넣은 부분이 가득한, 허점과 오류가 가득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AI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배관공의 일을 도울 수는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배관공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노무사와 변호사, 회계사와 개발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적어도 한동안은 말이지요.